[반쪽된 ‘물관리 일원화’]물도 새고, 돈도 새고...홍수 피해에 30년간 3조 예산 낭비

2018-08-20 14:57
하천관리 이원화 체계 유지시 30년간 3조7000억원 예산 낭비
하천관리 이원화, 정치적 측면에서 성급히 처리된 결과

저수지 제방을 무너뜨린 장맛비. [사진=연합뉴스]


하천관리 이원화로 비단 가뭄 및 녹조뿐 아니라, 홍수 대응에도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다.

물관리 일원화 과정에서, 하천법과 하천편입토지보상법은 여전히 국토교통부 소관으로 남았다. 즉 하천관리는 국토부와 환경부로 이원화된 것이다.

현재 하천의 홍수 예·경보와 댐 방류는 환경부가, 제방·친수시설 등 하천 시설물 피해 방지 및 복구는 국토부가 맡고 있다.

예컨대 비가 많이 내릴 경우, 하천의 홍수량을 산정하는 업무는 환경부 담당이다. 하지만 이에 따라 제방을 높이 쌓거나, 증설을 하는 등의 사후 관리는 국토부가 시행한다.

홍수 예·경보와 댐 방류는 환경부가, 제방, 친수시설 등 하천 시설물 피해 방지 및 복구는 국토교통부가 맡고 있어 홍수 경보 수위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자료=환경부]


대응체계가 이원화돼 유기적인 협업이 어려운 데다, 실시간 대응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한번에 많이 내리는 국지성 폭우가 잦은 국내 기후 특성상, 홍수량 산정이 쉽지 않아 홍수 예측과 대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하천관리 주체가 이원화돼 있는 체계에서는 대응이 실시간 이뤄지기 어려워 홍수 피해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환경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물이 흐르는 통로이자 그릇인 토지, 시설물 등의 하천공간 관리는 국토부가, 그 공간을 흐르는 물의 관리는 환경부가 맡도록 인위적인 분리가 돼 있는 상황”이라며 “하천 정책의 큰 방향은 환경부가 수립하지만, 시행계획 및 공사는 국토부가 시행하는 이원적 구조다. 상호 연계성 및 일관성이 부족해 홍수 대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 부처의 하천사업이 중복돼 관련 예산이 샐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토부는 ‘하천정비사업’을, 환경부는 '생태하천복원사업'을 각각 추진하면서 중복 투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토부 사업이 홍수 예방 또는 사후관리가 목적이라면, 환경부는 생태복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목적은 다르지만 하천관리라는 큰 틀에서 보면 정비와 복원 업무는 대동소이한 셈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들 부처의 하천사업 중복으로 4802억원가량의 예산이 낭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정책학회는 양 부처가 하천사업을 통합할 경우, 향후 30년간 약 3조7000억원의 예산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로 이원화 체계가 유지되면 3조원 넘는 예산 낭비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김홍균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물관리의 비효율성 △컨트롤 타워·조정기능의 부재 △신속하고 장기적인 의사결정의 곤란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한데, 현상 유지(하천법 국토부 존치)는 너무 안일한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물관리의 핵심은 수량과 수질관리의 통합이며, 일환으로 조직의 일원화를 기하는 것”이라며 “종착점은 수량관리를 관장하는 하천법과 수질관리를 관장하는 물환경보전법의 통합”이라고 덧붙였다.

◇왜 ‘하천관리’만 남겼나

물관리 일원화 과정에서 하천관리만 이원화한 데는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관리가 환경부로 일원화되면서 국토부에 있던 수자원법·댐법·지하수법·친수구역법·한국수자원공사법이 환경부로 넘어갔다. 하천법과 하천편입토지보상법만 국토부에 남았다.

배경에는 하천이 국토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국토부가 국토와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야당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데 있다.

한국수자원학회에 실린 윤용남 고려대 명예교수의 ‘물 관리 일원화 조치내용에 대한 평가와 향후 대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월 물 관리 일원화에 대한 여야간 논의 당시 자유한국당은 하천이 국토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국토와 함께 관리돼야 해 하천관리 사무는 국토부에 존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정부조직법 제42조(국토교통부)의 분장 사무 중 ‘수자원의 보전·이용 및 개발’ 사무와 ‘하천관리’ 사무 전체를 환경부로 이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당이 야당측 주장을 수용하면서 하천관리(하천공간 및 제방 등 부속 시설물의 관리)사무는 국토부에 그대로 존치시키는 것으로 변경됐다.

보고서는 "5월 중순까지 꽉 막혔던 국회 정상화를 위해 환경부로의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안이 △드루킹 특검법 △남북 판문점 선언지지 결의안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과 함께 정치적 측면에서 성급하게 처리된 결과"라고 밝혔다.

윤용남 교수는 “물관리 일원화 관련 법이 이들 법과 함께 국회를 통과한 것은 ‘국토와 수자원의 개발·이용’이라는 국가적 중요 사안을 너무나 가볍게 정치적으로 다룬 것으로 상당한 문제점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