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보수정권, 국익 지킨다며 北 이용…민족사 죄악”
2018-08-14 22:55
대북 공작원 '흑금성' 다룬 영화 '공작' 관람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14일 “박정희·전두환 등 역대 보수정권은 국익과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이유로 강경 대응했지만 물밑으로는 거래를 통해 북한을 국내 선거에 이용했다”면서 “이는 민족사 앞에 지은 죄악”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영화관에서 영화 ‘공작’을 본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영화는 옛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의 대북 공작 비밀요원이었던 박채서(암호명 흑금성)씨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995년 당시 안기부는 북한의 핵 개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박씨를 사업가로 변모시켜 북한 내부에 접근하도록 했다. 그러나 박씨는 안기부가 15대 대선을 앞두고 북풍 공작을 벌이려는 정황을 파악하고 김대중 당시 후보 측과 접촉해 정보를 제공해줬다. 당시 박씨가 접촉한 사람이 바로 정동영 새정치국민회의 대변인이었다.
이어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어서 끊임없이 의심했다”면서 “1997년 8월 15일 오익제 새정치국민회의 지도위원이 평양에 가서 김일성 동상에 참배하는 장면이 인터뷰로 나왔는데, 흑금성이 사전에 예고를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박 씨로부터 안기부 내부 움직임에 대해 동향을 제보받았다”면서 “하지만 만일 이 사람이 이중간첩일 경우, 우리 당이 완전히 간첩 손에 놀아난 것이 되기 때문에 늘 조마조마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는 1996년 총선 당시의 총풍이 나와는 상관없이 아랫사람들이 저지른 일이라는 자기변명일 수도 있고,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의 표시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1992년 제8차 남북고위급회담 ‘훈령 조작 사건’을 언급하면서 “탈냉전 기조에 발맞춰 한반도도 해빙 모드로 들어가고 있었는데, (안기부가) 대통령 훈령을 조작해서 회담을 깼다”며 “대선을 3개월 앞두고 김대중 후보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내부 공안 세력이 벌인 일”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그 이후 북한이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고, 북핵 위기가 시작됐다”며 “대선을 위해서 민족의 역사를 완전히 되돌려 버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