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건전성 악화" 우려의 목소리

2018-08-07 18:19
은산분리 완화 부작용 지적
인터넷전문은행 난립 가능성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성장 지원을 위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뜻을 내비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7일 정부가 발표한 인터넷전문은행 발전 방향은 △금융산업 진입규제 개편 △핀테크 혁신 활성화 △금융분야 데이터 활용 및 정보보호 등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회에 계류 중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인터넷전문은행법)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신용정보법의 조속한 입법을 위해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인터넷전문은행법’의 입법 지원이다. 현행 은행법에 따르면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지분은 최대 10%(의결권 4%)로 제한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최대 50%까지 산업자본이 은행지분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는 인터넷은행들의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주주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상증자 규모가 확대될 수 있어 자본금 확충도 한층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일부 여당 및 전문가들은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확대를 허용할 경우 재벌의 은행 사유화로 인한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은산분리 규제는 금융혁신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전한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원칙”이라며 “재벌의 입김이 센 현실로 볼 때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풀고 장차 소유 규제를 없애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고 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도 이날 토론회에서 “2013년 동양그룹 사태는 재벌 금융계열사가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과정을 명확히 보여준다”면서 “재벌 계열사 동반 부실화의 연결고리 역할을 금융계열사가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인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난립은 소비자 보호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7월 11일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토론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이 격화되면 수익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면서 “고금리 예금수신 비중의 증가에 따라 고위험투자가 높아지면 건전성도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온라인 보안설비 구축에 높은 투자비용이 투입되고, 소매금융에 업무가 집중돼 리스크 분산에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 시장 등에서 과도하게 경쟁할 경우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영업 초기 단계에서 부실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맹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일반은행과 동일한 여·수신 및 환업무를 취급하지만 모든 서비스가 비대면거래를 통해 제공돼 금융소비자 보호에 취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품구조가 복잡하고 원금손실의 위험성이 있는 금융상품을 판매할 경우 오프라인 거래에 비해 심사과정이나 금융상품의 위험성 등에 대한 설명이 부실할 수 있고, 이는 불완전판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들도 인터넷은행이 자본을 확충해 상품을 다양화하고 영업규모를 확대할 경우 과점경쟁이 불가피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들과 직접 경쟁하기까지는 시일이 요구돼 당장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자본 확충을 통해 상품을 다양화해 기존 시중은행들과 경쟁에 나설 경우 향후 과점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