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새 총리 임란 칸 '가시밭길'...취임 직후 IMF 손 벌릴 듯
2018-07-30 18:10
파키스탄, 외환보유고 바닥에 IMF 구제금융 추진
파키스탄 크리켓 스타 출신의 임란 칸 총재는 수십년간 변방에 있던 정당 파키스탄 테흐리크-에-인사프(PTI)를 이끌고 지난주 총선에서 깜짝 승리를 얻어냈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급선무는 경제다. 당장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다. 왕년의 크리켓 스타로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칸이지만 총리로서의 성패는 경제에 달릴 가능성이 높다. 이 점에서 칸은 취임 직후부터 큰 부담을 안은 셈이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키스탄 정부 소식통을 인용하여 파키스탄 관리들은 칸의 총리 취임 직후 IMF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복지국가' 건설을 내세우면서 재정 확대를 통해 의료·교육·복지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칸으로선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IMF 구제금융을 받고난 뒤에는 엄격한 재정 긴축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최근 수년 동안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고 발전소, 도로 등 인프라에 투자하느라 막대한 부채를 얻었다. 설상가상 유가 상승, 달러 강세, 정국 불안 등의 대내외 악재로 급격한 자본 유출도 겪었다. 루피화는 올해 들어서만 달러 대비 20% 이상 떨어졌다. 애널리스트들은 루피 가치가 여전히 고평가되어 있다면서 최소 10%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IMF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자구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만큼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찰리 로버트슨 르네상스캐피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지출 축소로 파키스탄의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엉클어진 외교 관계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일단 칸은 '앙숙’ 인도나 테러지원 문제를 두고 껄끄러워진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주 총선 승리 연설을 통해 “인도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선다면 우리는 두 발짝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상호 이익이 되는” 유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칸은 '롤모델'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승리 연설에서 중국을 일곱 차례나 언급하면서 중국이 수백만 국민을 빈곤에서 구해내고 부패와 싸우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중국 역시 파키스탄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모습이다. 중국은 지난 수년 동안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파키스탄 내 인프라 구축에 수십억 달러를 빌려주었으며, 새 정부에도 20억 달러 차관을 추가 제공해 ‘숨 돌릴 틈’을 벌어준다는 방침이다.
칸이 앞으로 군부의 입김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많은 외신들은 군부가 이번 총선에서 PTI를 물밑 지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군부에 의한 정권교체라는 주장도 나온다. 수십년간 파키스탄 정치를 양분하던 파키스탄무슬림연맹-N(PML-N)과 파키스탄인민당(PPP)은 같은 이유로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칸은 크게 개의치 않고 정부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칸은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관계로 현재 무소속 및 군소 정당 의원들과 연정을 구성해 2주 안에 총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계속되는 테러 역시 민생 우선을 약속한 칸 정부를 위협하는 요소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도 수차례 대형 테러가 터지면서 '피의 총선'이라는 오명이 붙었다.
다만 칸이 파키스탄을 어떻게 변신시킬지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강한 카리스마와 유명세로 무장한 칸 총리가 글로벌 세일즈맨으로 활약할 태세"라면서 파키스탄이 "기능 마비의 궤도에서 벗어날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