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매각 속도내는 조선사들, 헐값매각 우려
2018-07-27 06:08
재무구조 개선 급하지만 지나친 헐값매각은 경쟁력 상실
조선업계가 자구안 이행을 위한 자산매각을 진행 중인 가운데 매각기일에 맞추다 보니 헐값에 자산을 팔아치우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핵심인력 유출, 연구개발능력 저하 등과 함께 국내 조선업계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산매각 속도 내는 STX...'헐값 매각' 아쉬움
2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STX조선은 지난 23일 창원 R&D센터 인수자를 선정했다. 낙찰된 기업은 창원소재 C사로 매각 금액은 130억원을 약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 R&D센터는 2016년 감정평가 당시 165억원 가량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던 자산이다.
앞서 STX조선은 지난 4월 KDB산업은행에 플로팅도크와 부동산 등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25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제출한 바 있다.
또 STX조선은 지난 20일에는 진해조선소에 위치한 1만3498t급 플로팅 도크 설비에 대한 매각공고를 냈다. 이 설비의 경우 감정가격은 57억원 수준. 하지만 업계에선 이 역시 감정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받을 공산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플로팅 도크는 바다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설비로 바지선 형태의 대형 구조물을 말한다. 부지가 좁아 육상 도크(드라이 도크)를 늘리지 못하는 조선사 입장에서는 플로팅도크 확보가 필수다. 하지만 최근의 조선경기 침체로 이런 자산에 대한 수요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STX조선은 자구안 자산매각의 핵심인 고성 플로팅 도크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10만t급 설비로 세계 최대 규모의 플로팅도크다. 감정가로 90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때문에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방식으로 매각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플로팅도크 역시 600억원대의 가격에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설비는 고철로만 팔아도 400억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STX조선이 자구안을 성실하게 이행하며 생존능력을 키우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자산 헐값 매각’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짧은 시간 내에 매각을 하다보니 손해를 보며 팔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매각 기한에 조금만 더 유연성이 주어진다면 물건 당 수백억원의 가격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조선사도 자산매각에 어려움 겪어
자산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대형조선사도 마찬가지다.
2015년부터 자구안을 이행중인 조선 '빅3'는 자산매각 과정에서 업계 예상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각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들의 자산 매각은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과 루마니아 정부는 네덜란드 조선업체인 다멘그룹에 망갈리아조선소 경영권을 넘기기로 최종 결정했다. 매각가는 239억원으로 1997년 대우조선이 투자한 5300만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우조선은 앞으로 삼우중공업과 신한중공업, 중국 산둥유한공사 등 자회사를 매각하고 거제에 보유한 부동산도 매각해야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황 부진과 이에 따른 거제 경기 침체 등을 고려할 때 매각을 진행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투자비용에 비교하면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중공업도 거제의 삼성호텔, 삼성빌리지, 판교의 R&D센터 등 5곳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호텔과 삼성빌리지는 거제지역 부동산 침체로 인해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판교 R&D센터는 해당지역의 부동산 수요가 많음에도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자구안에 의한 자산매각의 경우 정해진 기일내에 매각작업을 진행해야 하다보니 제대로 된 가격을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보유한 자산을 제값을 받고 파는 것도 중요한 만큼 자구계획 이행에도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