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동창리 서해미사일발사장 해체 착수
2018-07-24 18:40
38노스 "2주 전부터 시작된 듯"
비핵화 후속협상 긍정역할 가능성
北매체는 연일 종전선언 채택 압박
비핵화 후속협상 긍정역할 가능성
北매체는 연일 종전선언 채택 압박
이는 북·미 협상이 장기화 국면에 들어간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이날 서해미사일발사장에서 해체작업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쇄를 약속했다"고 밝힌 지 40여일 만이다.
지난 20일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궤도식 구조물과 액체연료 엔진 개발을 위한 로켓엔진 시험대 등에 해체작업이 시작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현장에는 대형 크레인과 차량이 배치됐으며, 궤도식 구조물 해체로 지하 환승용 구조물도 드러났다.
38노스는 "해체 작업에 상당한 진척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체 작업은 2주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 관계자도 이날 "한·미 정보당국도 북한이 궤도식 대형 크레인이 가리는 가림막 4개면 중 한 곳을 부분적으로 해체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서해미사일발사장 본격 해체 여부를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서해미사일발사장은 2012년 이후 북한의 주요 미사일 개발시설로 이용됐다. 사거리 1만3000㎞로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도 이곳에서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현안 점검회의에서는 북한의 서해미사일발사장 해체 동향과 38노스의 보도에 대한 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좋은 징조이고, 비핵화를 위해 차곡차곡 가는 것으로 본다"며 "북한이 항간에서 얘기한 이벤트로 만들지 않고 진행하는 것과 관련, 북한 나름대로 시기를 조절하기 위한 것인지 의도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미사일시설 폐쇄에 나섬에 따라, 난항을 겪는 북·미 비핵화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나온다. 미국과 계속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앞서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던 지난 5월에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로 돌파구를 찾은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현 단계에서 북한이 서해미사일발사장 해체작업에 돌입했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으로서는 비핵화 실현 의지를 직접 보이면서, 미국 등을 압박해 조기 종전선언을 이루기 위해 미사일실험장 해체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북한은 실제 오는 27일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앞두고 연일 종전선언 채택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의 대외선전용 매체 '메아리'는 지난 23일 판문점선언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공동성명 이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이 일방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오며 종전선언 채택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남조선 당국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발사대를 남겨놓은 채 종전선언이든 제재 완화든 반대급부를 요구하고, 미국은 완전 해체를 기다리는 '기싸움' 상황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도 "최근 북·미 간 움직임의 이면에는 북핵 신고와 검증을 둘러싼 이견이 자리잡고 있을 수 있다"며 "북한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비핵화 관련 조치는 계속하면서도 신고와 검증문제에서 핵탄두, ICBM 등은 초기단계에 신고할 수는 없다는 입장으로 미국에 맞서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