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반올림 '백혈병 분쟁' 중재안 성패, 재발 방지ㆍ사회공헌 좌우

2018-07-22 18:44
조정위, 이르면 9월 공개... 재계 "양측 다 납득할 수 있어야"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간 이른바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재계의 시선은 조정위원회의 최종 결론으로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어느 한쪽이라도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쪽으로 중재안이 나오면 분쟁의 종식에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정위, 이르면 9월 중재안 내놓을 듯
22일 재계에 따르면 조정위는 이르면 9월쯤 삼성전자와 반올림의 10년간 분쟁을 마무리할 2차 조정 최종 중재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재안에는 △새로운 질병 보상 방안 △반올림 피해자 보상안 △삼성전자 측의 사과 △반올림 농성 해제 △재발 방지 및 사회공헌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지난 21일 조정위의 권고안을 무조건 수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조정위가 어떤 중재안을 내놓든 양측이 무조건 따른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지난 10년간의 분쟁을 종식하기 위해 대승적인 판단을 한 것이다.

그만큼 조정위도 양측의 의견을 최대한 고려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준의 중재안을 내놔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사실 지난 10여년간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여러 차례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시도를 해왔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논쟁은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의 여성 근로자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촉발됐다.

백혈병 등의 질환을 반도체 제조와 관련된 직업병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시작됐고, 이듬해 3월 시민단체 반올림이 발족하면서 분쟁은 본격화했다.

양측의 이견으로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반올림 소속 피해자 8명 가운데 6명은 2014년 8월 삼성전자 측에 신속한 보상을 요구하며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를 구성, 사태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이후 그해 말 가대위 측 제안으로 구성된 조정위에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참여했고, 8개월 동안의 조정 끝에 2015년 7월 '조정 권고안'을 도출하면서 돌파구를 찾는 듯했지만 조정 과정에서 합의는 무산됐다.

◆재발 방지 및 사회공헌 수위에 따라 성패 달릴 것
과거 합의가 무산된 데는 조정위의 불공정한 중재가 일부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당시 삼성전자는 조정위의 권고안 중 공익법인 설립을 제외한 대부분의 안을 받아들였다.

반면 반올림은 15개에 이르는 항목에 수정을 요구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조정위의 권고안대로 10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공익법인을 마련한 뒤 추가 재원 마련을 위해 매년 삼성전자 순이익의 0.05%에 달하는 금액을 1분기 내 출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순이익의 0.05%는 약 100억~150억원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또 반올림은 공익법인이 활동하는 한 삼성전자가 매년 추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단서까지 붙였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상황 속에서 무한정의 자금을 내라는 조정위의 권고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조정위의 권고안은 삼성전자, 반올림 둘다 만족하지 못했다”며 “삼성전자는 기업의 존속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반올림은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 수준에서 조정위의 중재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따라서 이번 중재안의 성패도 재발 방지 및 사회공헌의 수위에 달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분에서 또다시 양측이 납득하기 어려운 쪽으로 중재안이 나오면 분쟁의 종식에도 모두에게 피해가 될 것이라고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10대그룹 고위 임원은 “어느 정도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에서 중재안이 나올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기에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조정위에 ‘백지수표’를 줬을 것”이라며 “조정위의 공정한 결정으로 양측의 10년간의 분쟁이 완전히 종식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지형 조정위 위원장도 “단순히 삼성전자와 반올림 간의 사적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며 “지금은 문제를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모두가 인내심을 가지고 조용히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