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연준 흔들기…"탈날라"
2018-07-20 11:02
트럼프, 달러값 띄우는 금리인상에 불만 표시…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논란
파월 "정치적 독립성은 연준 DNA"…전문가들, 금리인상 가속 부작용 우려
파월 "정치적 독립성은 연준 DNA"…전문가들, 금리인상 가속 부작용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 기조에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달러 값만 띄워 올리는 금리인상이 달갑지 않다고 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흔드는 이례적인 발언에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전파를 타는 이 방송의 '스쿼크박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나는 (금리인상이) 달갑지 않다"며 "경기가 상승할 때마다 그들(연준)은 금리를 다시 올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정말 그게 반갑지 않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금리인상이 유로와 중국 위안화에 대한 달러 강세를 촉발했다며, 이는 미국에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은 돈값을 낮추고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으며 중국 통화는 돌멩이처럼 추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달러 강세로 미국의 수출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말이다.
백악관도 비판을 의식한 듯 이날 낸 성명에서 "대통령은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가 말했듯이 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준의 정책 결정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에 대한 대통령의 관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고 그의 오늘 발언은 오랫동안 견지해온 입장과 공개 발언을 반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나는 민간시민으로 했어야 할 말과 똑같은 걸 말하는 것"이라며 "누군가 '대통령으로서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한다면, 나는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스스로 '확신범'임을 밝힌 셈이다. 다만 그는 "나는 그들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걸 하게 둘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을 비롯한 대다수 중앙은행은 독립성을 금과옥조로 여긴다. 외부 개입에 휘둘리지 않고 온전히 경제에 최선이 되는 통화정책을 구사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린든 존슨 대통령과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연준에 통화완화정책을 강요해 1970년대 인플레이션을 고조시켰다는 비판을 산 적이 있지만, 1990년대 초부터는 대통령이 연준의 결정에 왈가왈부하지 않는 게 당연시됐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20여년간 이어진 전통을 깬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연준 흔들기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연준이 금리인상을 못마땅해 하는 트럼프에 맞서 오히려 금리인상 기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경제컨설팅업체 이븐플로마크로의 마크 서머린 매니징파트너는 트럼프의 이날 발언 이후 연준의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올 들어 기준금리를 이미 두 차례(3·6월) 인상했다. 연내에 두 차례 더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력한 시기로는 9월과 12월이 꼽힌다. 블룸버그는 미국 금리선물시장에서 본 9월과 12월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각각 90%, 65%에 달한다고 전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부위원장을 지낸 서머린은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연준 의장에게 멈추라고 말하면, 그들(연준)은 계속 가야 한다"며 "대통령이 멈추라고 하면 중앙은행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자기 목표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모든 정치적 관심에서 독립적으로 정책을 수행해온 오랜 전통이 있다"며 "이 비정치적 접근법은 우리 DNA 깊숙한 곳에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탁으로 지난 2월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