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살림집 엿보기] ‘장마당 세대’ 이후 북한의 ‘집’
2018-07-16 15:30
북한에서도 사실상 집이 거래된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주택 거래는 이용권 사고 팔기에서 나아가 주택을 건설해 파는 데까지 진화했다. 주로 투자자로 볼 수 있는 ‘돈주’가 국영기업소의 아파트 건설에 자금을 대고 돈주들이 입주권을 확보한 뒤 분양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수익금의 30% 정도를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연구원의 ‘북한의 도시계획 및 도시개발 실태분석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평안북도 신의주 채하동에 건설되는 아파트는 100㎡ 정도 크기의 현대식 구조로 약 3만 달러(약 34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아파트 건설에 들어가는 시멘트와 철근·목재·벽지 등은 모두 중국 단둥에서 수입된다.
주택 가격 변화에는 상업 기능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외화 벌이가 가능하고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장마당 인근이 신흥 주거지로 떠올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통일 후 남북한 경제 한시분리운영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와 떨어진 곳이라도 장마당 근처에 주택이 있다면 70평(231㎡)을 기준으로 북한 돈 1500만원(약 2000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북한이 철저하게 계획 도시로 만든 신의주를 통해서도 이를 알 수 있다. 북한은 신의주를 홍콩, 마카오와 같은 경제특구로 조성하기 위해 2002년 이곳을 특별행정구로 지정했다.
북한은 신의주 확장의 일환으로 신시가지 개념인 남신의주를 공장지대와 주거지로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신의주와 달리 상업 기능이 없는 남신의주로 주민들이 옮기길 꺼리면서 남신의주의 주택 가격은 신의주의 10분의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남신의주 개발은 어려워졌고, 2010년 이후부터 신의주의 주택 개발은 다시 활발해졌다. 2015년 무렵부터는 북한의 대표적인 도매시장인 ‘채하시장’이 있는 신의주시 채하동에 고층 아파트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이 일대 아파트는 외화벌이 회사와 돈주의 투자로 국가 기업소가 건설 허가를 받으면 돈주가 돈을 투자하는 식으로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신규 주택 건설 외에도 기업소의 자산을 주택용도로 전환해 매매하는 사례도 늘어났으며, 사실상 방치돼 있던 공장건물의 일부를 기업소가 주택용도로 전환해 민간에게 임대하거나 매각하는 일종의 재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신의주 외 다른 지역을 살펴보면, 평양의 주택이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180㎡인 방 4~5칸 규모의 주택이 2005년 5만 달러(약 5600만원)에서 2014년 당시 10만 달러(약 1억1300만원)에 거래됐고, 2015년엔 20만 달러(약 2억2600만원)까지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서성구역 단독주택은 30만 달러(약 3억4000만원)까지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고, 2014년 은정구역 3만 달러(약 3400만원), 2002년 평천구역 7만 달러(약 8000만원), 문수거리 3만 달러 등으로 거래한 사례가 있다.
함경북도 청진은 함경남도 함흥보다 주택가격이 낮은 수준이다. 2007년 함흥역 앞 외화상점 아파트가 북한 돈 800만~1000만원(4000~5000달러)에 거래가 이루어졌으며, 샛별거리 아파트가 2010년 2만~3만 달러(약 2200만~3400만원)에 거래됐다는 탈북자의 인터뷰도 있다. 새로 건설되는 아파트는 1만 달러(약 1100만원)에 분양되고 있으며, 평균 주택가격은 3000~7000달러(약 340만~800만원)로 추정된다.
청진의 평균 주택가격은 1000~3000달러(약 113만~340만원) 내외로 알려져 있다. 포항구역의 경우 2013년 2만 달러(약 2200만원)에 거래된 기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