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우의 Pick味] 농심 ‘스파게티 토마토’, 5분만에 완성되는 진짜 파스타맛
2018-07-15 07:15
일반라면과 다른 ‘듀럼밀’ 면 사용, 식감 달라…액상소스 아니라 아쉬워
2010년 방영한 인기 드라마 ‘파스타’에서 셰프 역을 맡은 이선균은 레스토랑 신 메뉴 대결을 앞둔 주방 보조 공효진에게 “할 수 있다. 아이 캔 두잇, 뽀소빠레(Posso Fare, 나는 할 수 있다), 주문을 외워”라며 용기를 북돋아줬습니다.
농심이 이번 신제품 ‘스파게티 토마토’를 개발하면서 “뽀소빠레, 뽀소빠레” 하고 간절하게 외웠다면, 그 주문은 이뤄진 듯합니다. 기존 용기면뿐만 아니라 즉석면 시장을 아울러 농심의 첫 스파게티는 성공적인 데뷔를 한 것 같습니다.
우선 1600원이란 편의점 기준 판매가는 차치하겠습니다. 각자의 주머니 사정에 따라 합리적일 수도,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는 가격이니까요.
듀럼밀은 실제 파스타 조리를 할 때 사용하는 재료입니다. 밀가루 중에 가장 단단하면서 입자가 굵은 종류라 면이 익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간 라면 업계에서 듀럼밀을 사용한 스파게티 제품을 대량 생산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지요.
실제로 CJ제일제당의 경우 간편식 면 브랜드 ‘정면승부’를 출시하기 전, 백설 ‘레알 브런치 파스타’란 제품을 단종 시키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물만 부어도 파스타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비자들에게 가스레인지를 켜는 작업은 너무나 번거로웠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 나온 ‘정면승부 스윗 토마토 스파게티’는 다시 일반 밀가루 면을 사용해 전자레인지만 돌리면 완성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시중에 판매 중인 오뚜기, CJ제일제당 등의 스파게티 제품들은 라면 또는 우동과 같은 면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튀기거나 찌거나 등의 제조 방식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농심은 자체 개발한 기술을 통해 ‘진짜 스파게티 면’을 컵에 넣는데 성공했습니다. 끓는 물을 용기에 붓고 4분30초 기다린 뒤, 물을 40ml, 종이컵 3분의 1정도만 남기고 버립니다. 이후 분말 소스를 비벼 먹으면 됩니다.
듀럼밀과 일반 라면에 사용하는 밀가루는 성분도 다릅니다. 파스타에 주로 사용하는 듀럼밀은 글루텐 함량이 높아 밀 중에서도 단백질이 가장 많습니다. 면 자체가 단단한 만큼 라면과 식감도 다를뿐더러, 실제 파스타를 조리할 때처럼 뜨거운 물을 넣고 익는 시간에 따라 최대 5분 30초까지 30초 단위로 부드러움 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라면도 마찬가지지만 파스타는 특히 면을 삶는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종 드라마나 영화에서 파스타 면이 잘 삶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벽에 던져보는 장면이 꼭 등장할 정도니 까요. 농심 전문가의 조언대로 저는 4분30초 익혀 ‘알 단테(Al dente)’ 상태로 스파게티 토마토를 먹기를 추천합니다. 5분을 넘기면 퍼지면서 스파게티 면 특유의 식감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CJ제일제당 정면승부, 오뚜기, 롯데푸드 쉐푸드 등이 정통 스파게티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액상 소스에 고기 건더기 등을 푸짐하게 갖췄다면 농심 스파게티 토마토는 분말소스로 ‘면의 차별화’에 중점을 뒀습니다.
농심은 면 가운데 얇은 구멍을 뚫는 중공면(中空麵) 제조 기술로 뜨거운 물이 구멍에 스며들게 해 스파게티 면을 빨리 익을 수 있게 했습니다. 액상 소스를 사용했다면 이 구멍으로 소스가 스며들어 토마토 소스의 풍미가 한층 진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실제 파스타 면을 사용해 5분 만에 컵라면처럼 먹을 수 있도록 시도한 농심의 도전은 주목할 만합니다. 앞으로도 라면, 간편식 시장에 이처럼 새로운 식문화를 이끌 수 있는 제품들이 나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