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변산' 김고은 "첫 30대役, 편안하고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2018-07-12 16:47
그런 의미에서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변산’(감독 이준익)은 김고은의 필모그래피를 뒤집는 반전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미완’의 소녀가 아닌 ‘미완’의 상대를 품어주는 인물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기 때문.
꼬일 대로 꼬인 순간, 친구 선미(김고은 분)의 꼼수로 고향 변산에 돌아오게 된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 분)의 이야기를 그린 ‘변산’ 속, 김고은은 학수의 고향 친구이자 그를 짝사랑하던 선미 역을 맡았다. 과거 타고난 글솜씨를 가진 학수를 동경해 소설 작가가 된 선미는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고향을 찾은 학수에게 거침없이 직언하는 인물이다.
아주경제는 영화 개봉을 맞아 김고은과 만나 작품 및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은 김고은의 일문일답이다.
- 시사회 당일에는 보지 못했다. 괜히 마음이 울컥해서 눈물이 나려고 하더라. 기자간담회에도 참석해야 하는데 저는 조금만 울어도 눈이 부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을 때 서둘러 나왔었다.
드라마 ‘도깨비’ 이후 차기작에 신중을 기했다. 왜 ‘변산’이었나?
- 이준익 감독님과 꼭 한번 작업해보고 싶었다. 거기다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캐스팅되었다니 더할 나위 없었다. 좋아하는 감독님, 배우와 작업하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조합이 또 언제 올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 기분이 좋아지더라.
기대하던 이준익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 동료 연기자들이 이준익 감독님과 작업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 매 순간이 행복하다고. 물론 저도 과거 작품 모두 즐겁고 행복하게 촬영했는데 일이다 보니 예민한 순간이 발생하기도 하고, 실수할 때도 있었다. 어떻게 매 순간 행복할 수 있을까? 궁금함이 있었다. 그런데 함께 해보고 나니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 감독님만의 힘이 분명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 사실 ‘변산’이라고 예민한 순간이 찾아오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인원이 움직이는 데다가 일이다 보니 분명 예민한 일이 분명 발생한다. 그런데 감독님은 그런 상황에서 아주 유연하게 대처한다. 막 웃으시면서 ‘다 내 잘못이다!’라고 하신다. 감독님이 그러시면 현장의 모든 사람이 웃게 되고 실수가 아닌 게 되어버린다. 누군가 무안할 수 있었던 상황이 잘 무마되는 것 같다. 현장 아우르는 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번 작품은 김고은의 다른 작품들과 달랐다. 고등학생 역할에서 자연스럽게 성인 역할로 변화했는데
- 30대 역할은 처음이었다. 극 중 31살인데 저도 이제 30대가 가까워진 시점이라 조금 더 편안하고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교복을 벗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던 걸까?
- 그런 건 아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못 입게 될 테니까. 입을 수 있을 때까지는 한번 해보자는 마음인 거다.
선미를 떠올리며 7kg가량을 증량했다고 했다. 김고은이 생각하는 선미의 이미지는 어땠나?
- 시나리오를 보면 막연히 어떤 얼굴, 이미지가 상상된다. ‘은교’ 때는 왠지 단발머리일 것 같다는 느낌이었고 ‘변산’ 선미는 막연하게 통통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의 이미지에서 확 달라질 순 없겠지만 할 수 있다면 하나라도 더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증량하고 감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 한 달 반가량 살을 찌웠다. 오히려 그땐 정말 행복했다. 일이 끝나면 동료들과 야식을 먹었다. 당연하겠지만 뺄 때가 너무 힘들었다. 마음껏 먹다가 절제해야 하니까 너무 슬프더라. 저는 맛있는 것을 먹는 게 좋고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게 좋다. 다이어트를 하면 먹는 것도 제한되고 약속도 못 잡아서 힘들다.
전라도 사투리 연기도 인상 깊었는데
- 배우들이 한 달 전부터 사투리 연습을 시작했다. 연습실을 잡아서 엔딩에 나오는 군무 신도 같이 연습했었고.
본격적인 코미디 장르는 처음이었던 것 같은데
- 코미디라는 게 아주 어려운 연기인 것 같다. 그간 재밌는 연기를 한 적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장르 자체가 코미디인 영화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고민이 되더라. 그러나 ‘변산’은 장면 자체가 재밌긴 했지만, 그 안에서 감정적인 연기를 할 일이 많았다. 온전히 잘 느끼고 해내면 됐었던 것 같다. 코미디 연기는 내공이 필요한 것 같다.
코미디는 타이밍과 호흡인데. 그런 부분은 어땠나?
- 배우들끼리 동고동락해 이미 가까워진 상태였다. 편안함에서 오는 시너지가 있었고 주고받는 게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타이밍과 호흡을 나누기에 적합했던 것 같다.
영화는 지우고 싶은 흑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고은에게도 그런 흑역사가 있을까?
- 저는 창피한 순간을 잘 잊어버리는 편이다. 기억이 잘 안 난다. 얼마 전에도 흑역사에 관련된 질문을 받았는데, 고민 끝에 입시 때 이야기를 해드렸다. 그런데 너무 재미가 없어서 정적이 흐르더라. 그게 흑역사가 되어버렸다.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등장하는 뽀뽀 신은 배우들의 애드리브라고 하던데
- 극 중 학수와 선미는 제대로 입을 맞춰본 적이 없다. 뽀뽀하려다가 아버지에게 들켜 실패하고, 노을을 바라보면서 입을 맞추는 것도 (뽀뽀) 상대가 노을이다. 감독님께서는 이런 장면들을 모두 ‘뽀뽀 신’이라고 불렀는데, 나와 정민 선배는 꿋꿋하게 ‘아! 뽀뽀하려다 마는 신 말씀하시는 거죠?’라고 장난치곤 했다. 두 인물이 끝내 입 한 번 맞추지 못하는데 못내 아쉬웠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엔딩 신 촬영을 모니터하던 정민 선배가 지금까지 본 모습 중 가장 조심스럽게 ‘어때?’라고 묻더라. ‘괜찮은데?’라고 하니 ‘아쉽지 않을까? 뽀뽀하면 이상하려나?’라고 아주 아주 조심스레 물었다. ‘뽀뽀’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말해주니 상대 배우 입장에서는 고맙더라. 선배 스타일대로 말해준 것 같다. 그래서 편안하게 응했고 자연스럽게 애드리브로 뽀뽀 신을 넣었다.
향후 차기작 선택 시기는 어떻게 될까?
- ‘치즈인더트랩’ 전까지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했다. 그 이후로 ‘도깨비’, ‘변산’까지 기간이 생긴 것 같다. 큰 이유보다는 신중하려고 했었던 것 같다. 이전에도 나름대로 신중했지만 조금 더 신중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선택해나가려고 한다.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낀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그런 시간을 가지는 게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