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녀' 김다미, 1500: 1의 경쟁률을 증명하다
2018-07-04 17:58
지난 27일 개봉한 영화 ‘마녀’는 의문의 사고로 시설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고, 그곳에서 홀로 탈출한 뒤 모든 기억을 잃게 된 고등학생 자윤(김다미 분) 앞에 의문의 인물들이 나타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 중 김다미는 주인공 자윤 역을 맡았다. 모든 서사가 자윤을 중심으로 흐르는 만큼, ‘마녀’는 김다미에게 많은 책임을 지운 상황. 그러나 그는 어떤 부담이나 압박감에도 흔들리지 않고 차분히 제 몫을 해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하고 영민한 모습을 드러내는 신예 김다미를 만났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만난 김다미의 일문일답이다
- 3차에 걸쳐 오디션을 봤다. 대본을 준비해간 건 아니었고 여타 오디션에 임할 때처럼 똑같이 진지하고 신중하게 봤다. 경쟁률은 오디션에 최종 합격하고 난 뒤에 들었다. 현장에 갔을 때는 많은 분이 계시지 않아서 그렇게 많은 분이 오디션을 보았다고 생각지 못했었다.
‘마녀’ 오디션은 어땠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나?
- 아니었다. 정말 그런 느낌이 안 왔다. 2주에서 한 달 정도를 정말 초조하게 기다렸었다. 안 될 확률이 더 크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 왜 뽑았다거나 어떤 점 때문에 뽑았다는 말씀은 없으셨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자윤이라서 뽑았어’라고 하시더라. 홀로 추측하기에는 자윤의 평상시 모습이 저와 닮아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자윤은 복잡한 캐릭터다. 평범한 면모들은 물론 반전의 이미지까지 드러내야 하는데 기술적으로도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영화의 말미 드러나는 반전을 꼭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 자윤에게 낯선 일이 일어났고 혼란스러워한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그래야 나중에 영화 말미의 감정이 극대화될 것 같았다. 그 ‘계획’이 드러나기까지 시나리오에 쓰여 있는 대로, 감정을 솔직하게 연기했다.
자윤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것,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 딱 봤을 때 자윤은 효녀고 친구와도 잘 지내는 데다가 사료를 얻으러 다니는 등 생활력도 강하다. 그러나 속 안에 감춰진 게 많은 아이지 않나. 그가 느끼는 감정들과 행동들이 궁금했다. 초반에 그런 부분들을 고민하다가 감독님과 ‘악으로 태어났지만 자라온 환경으로 인해 귀공자와 다른 점들을 배워왔다’고 결론 내렸다. 그렇기 때문에 자윤이 보여주는 감정들은 모두 거짓인 건 아니다. 생존하기 위해 어떤 행동들을 벌이지만 결국 그 안에 진실한 감정이 있다고 본다.
자윤의 감정신들도 좋았다. 큰 진폭도 좋았지만 섬세하게 표현되는 부분들이 인상 깊다
- 많은 분이 만들어주신 거다. 현장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시나리오에서 읽었던 것들이 현장에서 구현되면 그만큼 와 닿는 게 컸다. 어떻게 연기해야지 생각하기보다 최대한 현장에서 맞춰가고 찾아갔던 것 같다.
자윤을 둘러싼 관계성들이 흥미롭다. 닥터 백과는 일종의 모녀 관계고 또 귀공자와는 남매 같은 관계 아닌가. 애증이라는 복잡한 관계가 재밌게 느껴졌는데
- 닥터 백, 귀공자에게 느끼는 감정은 하나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일종의 가족이고 항상 곁에 있었던 존재니까. 어렵고 위험하다고 해야 할까? 마냥 미워하지는 않는 묘한 관계다. 그 관계를 묘사하는 것,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최대한 자윤의 어릴 때 모습을 상상하며 캐릭터에 접근하려고 했다.
자윤에 대한 전사 작업도 마쳤나 보다
- 일기를 써보기도 했는데 그럴수록 캐릭터가 너무 복잡해지더라. 그래서 모든 걸 접고 대본에 있는 대로만 연기하고, 그 안에서 생각하려고 했다. 많이 주어지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자윤의 성장 과정을 상상할 수 있었다.
비밀이 드러나기 전, 자윤의 평범함을 완성 짓는 건 친구 명희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 명희는 자윤의 ‘진짜’ 친구다. 자윤의 비밀을 보았는데도 떠나지 않고 친구라고 생각하는 모습이 찡했다. 명희 역을 연기한 배우 고민시는 실제로도 저와 동갑내기 친구다. 아무래도 둘 다 신인이고 나이도 같다 보니까 고민하는 지점도 비슷하고 말도 잘 통했다. 촬영 전부터 만나 친해졌고 촬영할 때도 많이 의지했었다.
액션 연기는 어땠나? 일반적 액션이 아니라서 더 힘들지는 않았나?
- 액션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건 절제된 힘, 간단한 동작으로 액션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힘을 쓰다 보면 동작이 커지고 얼굴이 일그러지지 않겠나. 감독님은 자윤이 액션을 취할 때 조금의 어려움도 느끼지 않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어 하셔서 최대한 힘을 아끼면서 힘이 커 보인다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여유롭게 하려고 했다.
자윤 캐릭터나 액션 등에 있어서 레퍼런스를 찾아보기도 했나?
- 염력을 쓸 때 손을 많이 쓰니까, 히어로 영화들을 보면서 참고하려고 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감독님이 ‘자윤이는 손 하나 까딱해도 엄청난 염력을 쓸 수 있으니 어려운 손동작은 외우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더라. 아주 간단한 정도만 익혔다.
‘마녀’를 만나기 전, 김다미가 궁금하다.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되었나?
- 특별한 계기를 통해 연기를 시작한 건 아니다. 어릴 때 TV 드라마, 영화 등을 자주 봤고 자연스럽게 연기를 꿈꾸게 된 것 같다. 배우들이 감정을 전달한다는 것이 신기했고 ‘나도 저들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 연기를 배우게 되었고, 연극영화과로 진학하게 됐다. 아! 지금은 졸업한 상태다. 하하하.
오래 꿈꾸던 일을 하는 셈이다
- 지금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해나가야 할 것들을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오래 연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