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올라도 살아나지 않는 소비…‘성장세’ 잃은 한국경제
2018-07-10 16:29
‘최저임금 영향’에 상용근로자 임금 예년보다 빠르게 상승
임금상승 소비로 연결 안돼…소비자심리‧현재경기판단 ‘바닥’
임금상승 소비로 연결 안돼…소비자심리‧현재경기판단 ‘바닥’
최저임금 영향으로 오른 임금이 정작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투자마저 위축되면서 내수 전반이 가라앉았다. 고용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위기’를 겪고 있다. 결국 국책연구기관이 위기 신호를 보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KDI 경제동향’ 7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를 “전반적인 경기 개선 추세가 완만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가 매달 발표하는 경제동향에서 ‘완만한 성장세’라는 문구가 빠진 건 올해 3월호 이후 처음이다.
우선 2월부터 10만명대에 머물던 취업자 수는 5월 7만2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취업자가 1만명 줄어든 2010년 1월 이후 최저다.
고용은 ‘쇼크’를 받았지만, 임금은 예년보다 높게 상승하고 있다. 4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총임금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3.9% 올랐다.
산업별로는 건설업‧음식숙박업 등에서, 사업체 규모로는 30인 미만 사업체에서 높은 임금 상승률을 보였다. 모두 최저임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과 규모다. 4월 건설업과 음식숙박업 임금상승률은 지난해 평균 상승률보다 3배가량 상승했다.
기본급여가 오르면서 상용근로자 정액급여는 총임금보다 높은 4.8% 상승했다. KDI는 “고용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임금은 예년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임금 상승이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소비를 의미하는 소매판매는 3월부터 7%→5.5%→4.6%로 증가폭이 축소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5.5로 지난해 11월(112.0)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경기상황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현재경기판단도 지난해 11월(98) 고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가 이어져 6월 84를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와 현재경기판단은 탄핵과 조기대선 정국으로 어수선했던 지난해 4월 이후 최저다.
투자마저 최근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선행지표마저 하락세라 향후 기대감이 크게 낮아진 상태다.
설비투자는 5월 4.1% 감소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운송장비(2.2%)가 소폭 증가했지만, 기계류가 한 달 만에 뒷걸음질(-3%→4.2%→-6.3%)하면서 전체 증가율을 끌어내렸다.
특수산업용기계 수주액은 2년 만에 감소로 전환됐고, 반도체제조용장비‧기계류 수입액은 2개월 연속 감소했다. KDI는 “설비투자 관련 선행지표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투자는 건설기성 증가율이 크게 낮아지고, 주택인허가실적 등 선행지표가 하락하면서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5월 건설기성은 건축부문 증가폭 축소(3.1%→1%)로 전달 1.5%보다 낮은 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건축수주는 주택부문에서 23.2%나 급감해 5.3% 감소했다.
KDI는 “올해 들어 주택준공이 주택착공보다 많은 가운데, 주택인허가 실적 감소세도 지속되고 있다”며 “주택부문의 둔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유일하게 좋은 성적을 내는 건 수출밖에 없다. 그러나 일부 품목에 편중현상이 심하다는 한계는 여전하다.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한 6월에는 반도체(39%), 석유화학(17.5%), 석유제품(72.1%) 증가세가 선박(-82.7%)과 평판디스플레이(-10.4%) 등의 부진을 상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