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거는 ‘포용적 금융’ … 중금리대출 시장 커진다

2018-07-11 08:19

정부가 중금리대출 활성화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금융사들도 관련 상품 출시에 분주해지고 있다. 특히 오는 4분기부터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중금리 대출'이 제외되면서 금융사들이 중금리 대출 경쟁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사가 취급한 중금리 대출은 2조7812억원으로, 전년 9481억원보다 193% 증가했다. 정부가 '포용적 금융'의 주요 정책으로 중금리대출 활성화에 나선 결과다.

중금리대출은 신용등급이 4∼10등급인 차주에게 70% 이상 공급되고, 가중평균금리가 연16.5% 이하인 가계신용대출을 말한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중금리대출 가중평균금리를 연18%에서 연16.5%로 내렸다.

금융위는 오는 2022년까지 중금리대출 시장 규모를 7조원까지 키울 계획이다. 올해 목표는 4조2000억원이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다양한 제도개선과 인센티브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올해 4분기부터 중금리대출은 대출 총량 대상에서 제외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이 정책이 중금리대출 확대를 위한 결정타로 보고 있다.대출총량 규제는 대출을 마구잡이로 늘리지 못하도록 매년 전년 대비 일정 수준 범위 안에서 제한하는 제도다. 그동안 금융사들은 중금리대출을 늘리고 싶어도 총량규제에 막혀 상대적으로 수익이 좋은 고금리대출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카드사는 법정최고금리 인하와 수수료 수익 저하로 새로운 먹을거리 찾기가 관건이었다. 중금리대출이 총량규제에서 제외되면 카드론 등 대출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은행과 저축은행도 대출가능 총량이 늘어나는 만큼 예수금도 늘려야 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중금리대출 상품 출시가 예상된다. 저축은행은 그동안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 비율) 규제를 받지 않았지만 2020년부터 110%의 예대율이 적용된다.

저축은행에는 별도의 인센티브도 주어진다. 그동안 저축은행은 영업구역 내 개인·중소기업 신용공여액을 총 신용공여액의 30~50% 이상으로 유지해야 했다. 금융당국은 중금리대출은 그 비중을 50% 가중해줄 방침이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사들의 움직임은 분주해지고 있다. 우선 1금융권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그동안 1금융권은 정책상품 외에는 사실상 중금리 상품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 4월 'NH e직장인중금리대출'을 출시했다. 시중은행이 사잇돌이나 새희망홀씨와 같은 정부 보증 정책금융상품 외에 자체적으로 중금리대출을 내놓은 것은 이 상품이 처음이다.

또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모바일 전용 대출상품인 'KEB하나편한대출'을 출시했고, 신한금융은 신한은행과 신한카드·신한저축은행 등 계열사의 중금리 상품을 하나로 모은 별도의 대출 플랫폼을 준비중이다.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는 다음달 최고금리가 연 20% 미만인 중금리 대출 신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 2016년부터 카드 회원 대상 중금리 대출 상품인 ‘KB생활든든론’을 운용하고 있지만 당국 기준에 맞게 금리를 조정해 비회원(일반인) 대상 중금리 신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롯데카드는 7월께 새 중금리 기준에 맞는 최고금리 20% 미만의 상품을 내놓는다. 

OK저축은행은 이달 중순부터 새로운 중금리대출 상품인 'OK히어로' 판매를 개시할 예정이다. 중신용거래자를 대상으로 합리적인 대출금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 상품의 금리는 연 최저 9.9~17.9% 수준으로 책정됐다.

JT저축은행은 올해 3분기부터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상품 ‘파라솔’ 라인업을 기존 파라솔K, 파라솔D에서 파라솔W로 확대하는 등 상품군 고도화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