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심야전기료 인상] 철강·석유화학·자동차 '직격탄'

2018-07-09 20:10
현대제철·포스코·동국제강 年 전기요금만 2조원 넘어..."수출 경쟁력 저하" 우려

포스코 광양제철소 1고로에서 쇳물이 생산되는 모습. [사진 제공= 연합뉴스]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우리나라 수출을 떠받치는 제조기업들이 정부의 산업용 심야 전기료 인상 방침에 곡소리를 내고 있다.

통상 문제에다 최저임금 및 법인세 인상 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 전기료 인상 움직임이 현실화할 경우 제조원가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산업용 전기료를 내려주는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할 뿐 아니라 수출 경쟁력을 저해할 것이란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을 기업에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심야 전기료 인상 방침에 산업계 '볼멘소리'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한 기업은 1만2025GWh를 소비한 현대제철이다. 당시 전기요금으로만 1조1605억원을 지출했다. 이 회사는 전체 철강 생산량 가운데 절반 남짓한 1200만t을 '전기로'를 통해 생산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전기로를 가동 중인 포스코와 동국제강도 같은 기간 전력 소비 순위가 각각 3위(9391GWh), 13위(2490GWh)로 상위권에 위치했다. 전력 소비액은 8267억원, 2420억원에 달했다. 철강 '빅3'가 한해 지출하는 전기요금은 2조원을 넘어선다.

철강업종은 24시간 가동되는 '불이 꺼지지 않는' 산업으로 전력 사용이 다른 업종보다 클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산업용 전기 심야요금(경부하대 요금)을 인상키로 하면서 철강사들은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철강업계 고위임원은 "산업용 전기요금은 전기로 업체들의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이른다"면서 "산업용 원가 회수율은 2016년 기준 114%로 높은 수준인데도 정부는 가격 인하보다는 한국전력공사의 배만 불리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가회수율이 100%를 넘으면 한전이 적정 수준보다 비싼 요금을 받았다는 의미다.

애로를 토로하는 기업들은 철강 뿐만이 아니다. 심야 조업률이 높은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과 법인세가 줄줄이 오른 마당에 전기료까지 인상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4시간 공장을 가동하는 석유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도 "유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업황이 좋지 않은데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세계 추세 역행..."기업들 대비할 시간 줘야"
산업계는 이번 정부의 방침이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대부분이 전력 다소비 업종들이다보니 전력요금 상승은 제조원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수출 확대를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내려주고 있는 글로벌 흐름과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은 산업용 전력판매 단가를 2015년 3% 인하했고, 중국은 2016년 ㎾h당 0.03위안으로 낮췄다. 대만은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7.3%를 인하했고 이듬해 9.5%를 추가로 내렸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기업들 스스로 대비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거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기온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전기요금이 15차례 인상됐는데, 주택용이 15.3% 오를 동안 산업용은 84.2%나 인상됐다"며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을 기업에 떠넘기는 것은 설비투자 위축을 일으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총체적인 논의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