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의 차한잔] 대한불교조계종, 설조스님 단식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2018-07-06 11:25

단식 중인 설조스님. [사진=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올해 88세 고령인 설조스님은 불국사 주지를 지낸 대한불교조계종의 원로이자 1994년 조계종 개혁회의 부의장을 지낸 인물이다. 현재 설조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의 개혁 특히 조계종 지도부의 적폐 청산을 요구하며 15일째 종로구 조계사 주변에서 노숙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대척점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설정 총무원장은 단식 농성 중인 설조스님과 이름이 비슷하지만 다른 권승(권력을 가진 성직자)이다.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 그리고 불교 춧불집회 등에서 줄곧 다뤘던 의혹의 중심인물이다. 지난 5월 MBC ‘PD수첩’은 설정 원장을 정조준해 서울대 학력위조 의혹, 100억원대 부동산 소유 의혹, 은처자 의혹 등을 제기한 바 있다. 아울러 몇몇 대한불교조계종 지도부의 카드 사용문제 등에 대한 비윤리 의혹을 세간에 알렸다. 사회가 이에 대해 큰 관심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조계종 최고 어른인 진제 종정을 비롯해 불교 관련 라디오, TV, 신문 등은 해당 의혹을 거의 외면하고 있다.

부처님이 코삼비라는 곳에 계실 때 비구(처자가 없는 스님)들이 두 패로 나눠 연일 싸우는 일이 벌어졌다. 부처님이 직접 중재하고 타일렀으나 오히려 비구들은 부처님에게조차 개입하지 말라고 했다. 결국 부처님이 떠나자 이에 분개한 재가불자들이 비구에 대한 예의와 보시를 거부했다. 승단이 유지될 수 없게 되자 비구들은 부처님이 계신 사위성으로 찾아가 참회했다. 현재 재가불자들이 나서 적폐청산 운동을 하는 것이 바로 이 코삼비의 재가불자들과 오버랩 된다.

설조스님은 “우선 미안하고 죄송하다. 코삼비의 불자들은 부처님의 기본 질서인 화합을 깨고 파당을 지은 무도한 출가중(衆)에게 예경(禮敬)하지 않고 공양하지 않았다”며 “재가불자가 출가대중에 예경하지 않고 공양하지 않는 것은 그들을 사문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삼비에 오신 부처님은 화합을 파한 비구들을 나무라셨지 재가불자를 나무라지 않으셨다”며 “다시 한번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전했다. 건강을 우려하는 스님과 재가불자들의 목소리에 대해 설조스님은 “생명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잘못을 느끼길 바라고, 방관했던 사람들은 각성하기를 염원한다”고 답했다.

오는 7일 오후 5시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조계종 적폐청산 촛불법회 토요집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불교의 개혁을 염원하는 이들의 참석이 필요하다. 대한불교조계종은 더는 설조스님의 단식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단식의 결과에 따라, 오늘날 코삼비의 재가불자들은 절대 조계종단 스님들을 용서하지 않을 수 있다. 아울러 부처님조차도 외면한 종단의 말로는 촛불시민혁명시대의 ‘적페청산’에서 본 것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