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허허’ 허재 감독 “평양냉면 맛이 좀 변했네”

2018-07-04 15:33
남북통일농구,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4일 개막…첫날 혼합경기 선수단 공개

[15년 만에 남북 통일농구를 위해 평양에 방문한 허재 남자농구대표팀 감독. 사진=평양공동취재단 제공]


허재 남자 농구대표팀 감독이 15년 만에 평양을 방문해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오랜만에 찾은 평양에서 허 감독이 느낀 건 달라진 ‘평양냉면’의 맛이었다.

허재 감독은 4일 오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대표팀 첫 훈련을 소화했다. 허 감독이 이곳을 찾은 건 현역 선수 시절이던 2003년 이후 15년 만이다. 이번 일정까지 남북 통일농구가 열린 건 총 네 차례. 허 감독은 세 번째 통일농구에 선수로 참가한 뒤 사령탑으로 다시 이곳을 방문했다.

허 감독은 “15년 전에 여기 체육관 생겼을 때 처음 온 뒤 15년 만에 왔는데, 처음 왔을 때와 비슷하게 기분이 새롭고 긴장된다”면서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15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 당시 북한 농구선수 리명훈과의 끈끈한 우정도 주목을 받았다. 리명훈은 키 235㎝의 센터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북한 농구대표팀 소속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허 감독은 “예전에 리명훈 선수와 소주 한잔 먹는 장면이라든지 대화를 나눈 것이 화제가 됐다”며 “선수 생활할 때 옛날에 봤던 (북한) 선수들은 지금 고위 직책에 있는 것 같아서 많은 얘기는 못하고 안부 인사만 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평소 국수를 즐기는 허 감독은 전날(3일) 평양에 도착해 옥류관 환영 만찬 행사에서 15년 만에 평양냉면도 맛봤다. 허 감독은 “내가 느끼기엔 15년 전과 옥류관 냉면 맛이 좀 다른 것 같다”면서 “맛있게 먹었다”고 웃었다.

허 감독은 이번 평양 방문 기간 남다른 추억도 쌓았다. 방북 후 대동강을 찾은 허 감독은 “아름답고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언제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념이 될 것 같아서 (아들) 웅이, 훈이랑 사진을 한 장 찍었다”고 말했다. 현재 남자 농구대표팀 소속인 가드 허웅과 허훈은 허 감독의 장남과 차남이다.

남녀 농구대표팀은 북한 선수들과 한 팀으로 구성된 ‘평화’와 ‘번영’ 팀으로 나눠 4일 오후 3시40분부터 혼합경기를 치른다. 여자부 경기가 먼저 열린 뒤 남자부 경기가 이어진다.
 

[남측 농구대표팀 귀화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남북 통일농구 첫날 연습하는 모습. 사진=평양공동취재단]


한편 이번 남북 통일농구 혼합경기 남녀 선수명단이 공개됐다.

남자부에서는 허재 감독이 평화 팀을 이끌고 북한의 안용빈 코치가 보좌한다. 남측 선수로는 박찬희, 최준용, 최진수, 허웅, 리카르도 라틀리프(귀화), 이승현, 북측 선수로 김청일, 김남일, 원윤식, 최류리, 정성일, 김국성 등 12명이 나선다.

이에 맞서는 번영 팀은 북한의 리덕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김상식 코치가 벤치에 앉는다. 남측 선수에는 허훈, 이대성, 이정현, 정효근, 강상재, 김준일, 북측 선수로 신금별, 최성호, 조진국, 김철명, 장금철, 김진영 등 12명이 구성됐다.

여자부는 북한의 장면진 감독과 하숙례 코치가 평화 팀을 이끌고, 남측 선수로 심성영, 박하나, 임영희, 고아라, 최은실, 김소담, 북측 선수로 김은정, 김류정, 리정옥, 박진아, 홍련아, 공수연 등이 함께 뛴다.

번영 팀은 이문규 감독과 북한의 정성심 코치가 벤치에 앉는다. 남측 선수에는 박지현, 박혜진, 김한별, 염윤아, 강이슬, 곽주영, 북측 선수로 장미경, 김혜연, 로숙영, 박옥경, 정순화, 고은경 등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호흡을 맞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