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마셔서 탈? 베트남 정부, 맥주와의 전쟁 성공할까
2018-07-04 12:02
1인당 연간 맥주 소비 42리터...동남아 내 1위 맥주 소비국
중산층 증가하면서 맥주 소비 급증...고급 맥주 점유율 높아져
베트남 정부 '맥주 광고 금지' 검토...업계 반발에 실효성 글쎄
중산층 증가하면서 맥주 소비 급증...고급 맥주 점유율 높아져
베트남 정부 '맥주 광고 금지' 검토...업계 반발에 실효성 글쎄
베트남 내 맥주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고급 맥주 출시로 시장을 선점하려는 국내외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음주 문화로 인해 교통사고 사망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자 베트남 정부가 맥주 광고 차단 카드로 '맥주와의 전쟁'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효과를 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1인당 맥주 소비량 42리터...'아시아의 헤비 드링커'
베트남 산업무역부에 따르면 베트남의 지난 2016년 맥주 소비량은 모두 3만7880억ℓ로, 연간 1인 평균 맥주 소비량은 42ℓ에 달한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에 이어 3위 맥주 소비국이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1위에 올랐다. 술 구매에 쓰는 금액은 정부 예산의 3% 수준인 연간 340억 달러로, 개인별로는 300달러씩 술 마시는 데 사용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베트남 내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중산층이 급증한 것도 맥주 소비 증가의 요인으로 떠오른다. 컨설팅 회사인 BCG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베트남에서 월평균 소득이 714달러를 넘는 인구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3300만명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시아 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중산층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고급 맥주, 연평균 15% 성장 기염...시장 경쟁 치열
하이네켄, 타이거, 삿포로, 버드와이저 등 외국 브랜드 맥주들이 베트남 투자 계획을 상향 조정하는 이유다. 베트남에 양조장 2곳을 보유하고 있는 앤하이저부시 인베브(AB Inbev)는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700만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삿포로는 1년에 맥주 1억ℓ를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을 마련했다.
하베코(Habeco)와 사베코(Sabeco) 등 토종 베트남 주류업체들도 고급화에 발벗고 나섰다. 2017년 베트남에서 생산된 맥주 40억ℓ 가운데 시장 점유율 40%(17억ℓ)를 차지한 사베코는 '사이공 스페셜' 제품을 개발했다. 하베코도 '하노이 프리미엄'을 선보였다. 양사는 지난 몇년간 고급 맥주로 15%의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 "맥주 광고 하지 말라"...베트남 정부의 승부수 통할까
맥주 업계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사이 베트남 정부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맥주 소비가 급증하면서 교통사고 증가 등 악영향이 적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베트남에서는 한 시간에 한 명꼴로 교통 사고 사망사건이 일어나는데 교통 사고 10건 중 4건이 과도한 음주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알코올 중독 관련 피해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의 1.3~12%를 소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베트남 보건부는 TV와 영화 등 어린이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모든 맥주 광고를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다. 맥주 광고에 접촉되는 빈도에 비해 맥주 소비를 제한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정부는 △ SNS 내 맥주 광고 금지 △ 콘테스트 등에서 맥주 증정 금지 △ 밤 10시 이후 맥주 구매 제한 등의 방침도 검토중이다.
베트남 주류협회(VBABA) 회장인 응우옌반비엣(Nguyen Van Viet)이 "맥주와 알코올 생산은 경제와 사회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하는 등 업계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술이 인간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현지 인식이 뿌리 깊은 데다 술 사용을 통제하면 관광객 방문자 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베트남 정부의 권고안이 효과를 낼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