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규의 알쓸軍잡] '말잇못'하게 만드는 세상 특이한 전투복들
2018-06-29 18:00
전투복은 단순히 군인이 입는 옷이 아닙니다. 전장에서 장병들의 전투력과 생존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장비입니다. 이런 이유로 전투복은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지역 환경에 따라 색깔과 무늬가 다릅니다.
우리 군을 예를 들면 해안 상륙 작전을 수행하는 해병대는 모래와 수풀색 기반인 물결무늬 전투복을 들과 산악지역에서 주로 임무를 수행하는 육군은 흙, 침엽수, 나무줄기색 바탕에 화강암 무늬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넓고 세상은 넓고 이상한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보니 전술적 기능과 한참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전투복도 적지 않은데요. 세상 특이한 무늬의 전투복을 모아봤습니다.
◇ 움직이는 파란 표적인가 중국
중국의 인민해방군 해군 육전대 즉 해병대는 일반적인 해병대의 개념과 달리 특수부대에 속합니다. 그런데 전투복만 보면 이들이 실제 전장에서 제대로 활약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디지털 픽셀 위장무늬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색깔 선정에 실소가 터져 나옵니다.
마치 청명한 가을 하늘에 옅은 구름이 깔린 것 같이 파란색과 흰색이 전투복 대부분을 차지하고 극히 일부분에만 초록색이 쓰였습니다. 상륙 작전 때야 그렇다고 처도 산림이나 암반, 설원 지역으로 전개해 후속 작전을 펼칠 때는 위장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습니다.
멀리에서도 눈에 잘 띄어 전투복을 판초우의 등으로 가리지 않으면 그야말로 움직이는 파란 표적지가 됩니다. 따지고 보면 중국 해병대 전투복은 미 해군 NWU(Navy Working Uniform) 전투복을 따라 만든 것입니다.
이름 대로 해군 수병들이 선상에서 작업하다 페인트나 기름 얼룩 묻어도 눈에 잘 띄지 말라고 만들어진 작업복인데 중국은 해군뿐 아니라 해병대에도 그대로 보급을 한 겁니다. 실험 정신이 투철하다고 해야 할지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운 전투복입니다.
◇ 꿈보다 해몽이 좋은 리비아와 한국
리비아를 42년간 통치하다 비참한 말로는 맞았던 독재자 카다피는 2001년 리비아를 비롯한 가나, 나이지리아, 라이베리아 등 당시 기준으로 46개국이 참여한 아프리카연합(AU)이 창설되자 이를 기념해 아프리카 대륙을 위장무늬로 사용한 전투복을 만들었습니다.
그 모습은 미국의 팝아트 선구자인 앤디 워홀의 한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일단 예술적 가치는 일단 차치하더라도 전술적 가치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당연히 현재 리비아 군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 육군에도 1970년대에는 정치적 상징성이 부여된 전투복이 있었습니다. 바로 수도방위사령부에만 보급된 유신복입니다. 녹색 바탕에 노란, 빨강, 검정, 밤색이 섞인 육각형 무늬로 이뤄진 알록달록한 전투복입니다.
육각형 무늬는 거북 등껍질을 형상화한 것으로 거북선을 만든 충무공 정신을 본받아 국가에 충성을 다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보통 전투복과 달리 유신복은 육강형 무늬가 일정하게 되어 있어 전투복보다는 체크남방에 가까워 보입니다.
◇ 유혈사태가 일어날 것 같은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의 육군 특수부대인 꼬빠수스(KOPASSUS)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정예부대이자 무시무시하기로 악명높은 부대입니다. 독재자였던 수하르또 전 대통령 집권기에 인도네시아 각지에서 정권유지를 위한 고문과 암살 등 각종 인권침해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99년에는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하는 데 반대하며 민병대와 함께 동티모르 전역에서 학살과 방화를 자행했다는 의혹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전투복은 초록색 바탕에 머리 위에서 피를 뿌린 듯한 무늬로 되어 있습니다.
너무 강렬한 빨간색은 야간이나 주간 모두 눈에 쉽게 띄어 위장 능력은 형편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게다가 베레모도 빨간색입니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하게 도태됐으나 간혹 행사 때 입기도 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