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진에어 ‘면허취소’ 결론 미뤄...청문회 진행할 것

2018-06-29 15:10
28일 조현민 '불법 등기이사 재직' 검토 결과 발표...면허변경 업무 담당공무원 수사의뢰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지난 5월 1일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강서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의 면허취소 여부에 대해 결론을 유보하고 청문회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김정렬 국토부 제2차관은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미국 국적인 조현민이 항공법령을 위반해 과거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한 것과 관련해 진에어 면허취소 여부에 관한 법적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조씨에 대한 제보가 쏟아졌다. 그중 미국 국적자인 조 씨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불법으로 진에어 등기이사를 지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국토부는 법률 자문을 요청하는 등 진에어에 대한 행정 처분을 검토해 왔다.

항공사업법 제9조와 항공안전법 제10조 등에 따르면 국내 및 국제 항공운송사업자의 등기임원에서 외국인을 배제하고 있다. 조씨는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났다.

김 차관은 “법리 검토 결과 과거 외국인 등기이사 재직으로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과 결격 사유가 이미 해소돼 현 시점에서 취소가 곤란하다는 상반된 견해가 도출됐다”며 “항공법령에서 정한 절차인 이해관계자 의견청취, 진에어 청문, 면허 자문회의 등을 거쳐서 면허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항공사업법 제7조 5항과 제74조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면허를 취소하려는 경우 관련 전문가와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들어 결정해야 하고, 면허를 취소하려면 청문을 해야한다.

대신 국토부는 관련 업무를 처리한 담당 공무원들을 수사의뢰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국적인 조씨가 등기이사 지위를 유지하도록 방치하거나 불법 행위를 인지하지 못한 데에 책임을 물어 당시 담당자들을 수사의뢰한 것이다.

더불어 국토부는 지난 1개월 동안 모든 항공사에 대해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안전관리 미흡 회사에 대해서는 장비·인력 등 분야별 특별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대한항공이나 진에어의 경우와 같이 ‘갑질’이나 ‘근로자 폭행’ 등 사회적 논란을 불러온 항공사에 대해서는 운수권(노선 운항권) 배분 시 배분 규칙에 사회적 기여도를 반영하는 등 불이익을 주고, 슬롯(운항 시간대) 배분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항공사업법령 개정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면허 담당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책임 소재를 실·국장급으로 높이는 등 국토부의 내부 운영체계도 재정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안전감독을 1인 감독체계에서 상시 2인 감독체계로 바꾸고, 업무 제척 기간도 3년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국토부는 대표이사·등기임원 자격 및 경력제한 기준을 신설하는 등 공정거래위원회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항공산업 체질 개선 종합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