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과도한 '빚 줄이기' 경고등

2018-06-26 05:00
황치판 전인대 부주임 "지나친 긴축 통한 디레버리징은 기업붕괴, 경제붕괴 초래"
美 금리인상, 무역전쟁 등 대외악재까지… 속도조절 목소리 커져
中 인민은행 '맞춤형' 지준율 인하…중소기업 대출 지원

중국의 ‘부채와의 전쟁’이 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 급증과 경제지표 둔화란 역풍을 낳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속도 조절 목소리가 중국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미·중 간 무역마찰 격화 등으로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과도한 디레버리징(부채 감소)이 중국 경제 성장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중국 인민은행이 올 들어 세 차례 '맞춤형'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 구조적 통화 완화 움직임에 나선 이유다.

황치판 전인대 재경위원회 부주임. [사진=바이두]


중국 경제 금융 전문 관료인 황치판(黃奇帆)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재경위원회 부주임이 지난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금융 관련 포럼에서 중국 경제 발전을 위해 디레버리징은 꼭 필요하지만 “과도한 긴축을 통한 디레버리징은 최악의 방식”이라고 지적했다고 중국 재경망 등 현지 언론들이 25일 보도했다.

황 부주임은 “디레버리징이 금융 긴축을 초래하는 게 당연하지만 적절치 못한 조치는 오히려 금융의 지나친 긴축을 초래해 매우 심각한 경기불황, 기업도산, 악성부채, 경제붕괴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디레버리징은 2~3년의 단기간 내 이뤄질 수 없다"며 "자칫 잘못하면 과도한 긴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좀비기업 파산정리, 기업 합병 구조조정, 직접금융 비중 제고, 안정적 물가와 M2(광의통화) 증가율 유지 등을 그 예로 들었다. 

앞서 지난달 31일 중국 금융40인포럼(CF40)에 참석한 가오산원(高善文) 안신증권 수석 경제학자도 디레버리징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그는 “정책결정자가 디레버리징 정책의 득실을 잘 따져야 한다"며 미국의 대공황,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을 인용해 "디레버리징은 '통화 완화, 저금리 기조' 정책 아래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통화 긴축 기조의 엄격한 금융관리 감독 정책 아래서 디레버리징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디레버리징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민영기업이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올 들어 중국 지도부의 '부채와의 전쟁' 속에서 중국 경제가 심각한 유동성 압박, 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 급증, 실물경제 둔화 등 여러 리스크에 맞닥뜨렸음을 보여준다. 

현재 중국 민간과 공공부문 부채를 합하면 국내총생산(GDP)의 250% 남짓으로, 전 세계적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부채 감축을 위해 중국 지도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면서 시중에 '돈줄'이 말랐다. 실물경제에 공급된 유동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사회융자총량 증가량은 지난 5월 7608억 위안으로, 전월치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자료=중국경제주간]

직격탄을 맞은 건 중소 민영기업이다. 유동성 가뭄 속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도, 채무를 상환하기도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로 최근 디폴트를 선언한 중국 기업 중에서 민영기업 비중이 늘고 있다. 중국경제주간에 따르면 올 들어 1~5월 디폴트가 발생한 11개 기업 중 과거 디폴트 전력이 있는 기업 5곳 이외에 나머지 새로 디폴트가 발생한 기업 6곳은 모두 민영기업이었다.

중국의 지난달 소비·투자·생산 지표가 일제히 둔화된 것도 디레버리징 정책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여기에 미국발 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긴축, 미·중 간 무역마찰 격화 등으로 중국 경제성장 동력 엔진이 식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인민은행이 올 들어 세 차례 맞춤형 지준율 인하를 통해 중소기업 대출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국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중국도 금리를 올려 자본유출을 막아야 하지만 디레버리징에 따른 시중 자금 위축으로 실물경제 지표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통화 긴축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