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메시 잡은' 사이바르손 "소금공장서 일하는 것, 월드컵 위한 평범한 일상"

2018-06-17 19:11
소금 공장 직원, 아이슬란드 사이바르손

[메시 옆에 누워 있는 비르키르 사이바르손은 지난 16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전에서 온 몸을 던졌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작은 기적은 보통사람들에게서 일어났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를 꽁꽁 묶은 아이슬란드 축구 대표팀 수비수 비르키르 사이바르손은 눈에 띄는 이력을 가진 선수다. 

아이슬란드는 지난 16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D조 첫 경기에서 강한 투지랄 앞세워 1대 1 무승부를 이뤄냈다. 아이슬란드 수비수 사이바르손은 메시를 막아낸 주역이다.

사이바르손의 본업은 소금 포장 공장 직원이다. 그는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기 전까지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인근 소금 포장 공장에서 일했다.

사이바르손은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그가 일하는 공장에서 진행된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슬란드 사람에게 이렇게 일하는 것은 월드컵에 진출하는 것보다 더 평범한 일"이라 말했다. 그는 "하루 종일 일한 뒤 축구 훈련을 하러 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첫 월드컵 진출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그는 "만약 영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강호들과 같이 사람들이 매번 기대하는 팀에서 경기한다면 월드컵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그러나 우리에게는 월드컵 진출이 매우 특별하다"고 덧붙였다. 아이슬란드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 출전으로 첫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그는 "프로 축구선수는 최고의 직업이지만, 현실적인 삶은 아니다"라 말하며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있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지루하고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월드컵 전에는 게을러지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월드컵에 임하는 의지를 밝혔다.

아이슬란드의 인구는 약 35만 명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국가 중 가장 적다. 전업 축구 선수도 100명가량에 불과하다. 프로 축구 리그가 없어서 사이바르손 같이 본업이 따로 있는 선수도 많다. 아이슬란드 대표팀의 수장 헤이마르 하들그림손 감독은 치과의사를 하고 있다. 아마추어 축구 선수 생활을 하다 국가대표팀 감독 위치에 올랐다. 메시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골키퍼 하도스 할도르손의 본업은 영화감독과 광고 프로듀서다. 코카콜라 CF도 만들었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기 때문에 아이슬란드 대표팀의 구성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 현 대표팀의 3분의 2는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대표로 뛴 선수들이다. 당시 16강에서 강팀 잉글랜드를 2대 1로 꺾고 8강에 진출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유소년 대표 시절부터 함께 뛴 선수들도 있다.  러시아월드컵 전까지 사이바르손은 아이슬란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78경기에 출전했다. 그는 아이슬란드 대표팀에 대해 "완벽한 신뢰"를 가졌다며 "이보다 더 좋은 축구팀에서 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바르손은 이번 월드컵에서 '바이킹의 광기'을 보이겠다며 "미친 사람같이 210퍼센트를 발휘하겠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아이슬란드는 아르헨티나와의 무승부로 승점 1점을 얻었다.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승리해 승점 3점을 얻은 크로아티아에 이어 아르헨티나와 함께 D조 공동 2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