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의 법률이야기] 상가임대차계약 불리한 계약조항, 그 효력은?
2018-06-16 09:00
강행규정 위반되는 계약내용은 무효
제소전화해 받는 경우는 주의해야
제소전화해 받는 경우는 주의해야
Q) 얼마 전 서울에서 가게를 창업하면서 임대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자영업자입니다. 그런데 임대인은 계약서에 두 달 치 월세를 밀리면 바로 해지할 수 있고, 임대인이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매도하게 되면 임차인은 3개월 안에 가게를 비워주고 나가야하며, 임대차기간 종료 시 임차인은 아무런 권리금도 주장할 수 없다는 내용을 넣기를 원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임대인은 위 계약 내용대로 제소전화해까지 받아둘 것을 요구하여 제 인감증명서와 위임장을 달라고 재촉하고 있습니다. 계약내용을 보면 저한테 불리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많은데 정말 저 내용을 다 지켜야하는지 그리고 제소전화해까지 받고나면 나중에 저한테 어떤 불이익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A) 임차인이 가게를 창업하며 임대인의 요구대로 불리한 임대차계약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법적으로 대등한 당사자로서 계약을 체결한다고는 하지만 현실의 임대차계약 내용을 보면 비교적 약자인 임차인에게 불리한 내용들이 들어가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계약 조항이 추후 큰 문제가 될 수 있음에도 임차인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임대인 측에서 불리한 계약 내용의 추가와 함께 제소전화해까지 받아두려는 것을 보니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추후 예상될 수 있는 문제에 대하여 대비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먼저 어떠한 계약 내용이 임차인인 상담자에게 불리하고 추후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그 내용대로 제소전화해를 받게 되었을 때 발생할 문제를 설명하겠습니다.
두 달 치 월세를 밀리면 바로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차인이 3기 차임액 달하는 금액을 연체하였을 경우 임대인이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 임대차계약서에는 2기 차임액 달하는 금액만 연체하여도 해지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계약내용은 강행규정인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반하는 것으로 무효입니다. 즉 계약내용에도 불구하고 3기 차임액 달하는 금액을 연체하기 전까지는 해지를 당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가게가 매도된 경우 임차인이 3개월 안에 가게를 나가야한다는 내용을 보겠습니다. 현재 상가 임대차의 경우 임차인이 5년의 범위 내에서는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 적어도 5년의 임대차기간은 법으로 보장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 계약 내용은 5년의 기간을 보장하지 않고 임대인에게 언제든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강행규정에 반하는 내용으로 무효입니다.
여기서 상가 임대차의 계약 갱신과 관련하여 간단하지만 임차인이 반드시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상가 임대차기간이 5년은 보장되는데 5년보다 단기로 계약을 체결하였을 때 임대인이 아무 말을 하지 않아 계약이 자동으로 연장(묵시적 갱신)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임대인이 계약기간 만료 전 갱신(계약연장)을 하지 않는다거나 차임 등을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였다면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계약을 연장하고 싶다는 갱신의사를 표시해야 합니다. 상가의 경우 5년의 임대차기간이 당연히 보장되는 것으로 아는 분들이 있는데 일정한 경우 임차인이 갱신을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그 기간을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으니 이 점 꼭 유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임차인이 3기 차임액에 달하는 금액을 연체한 사실이 있으면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차임을 밀린 횟수와는 관계없이 3달치 차임을 밀렸는지 여부로 판단합니다. 보증금이 남아있어 밀린 차임도 당연히 거기서 공제되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잘못 아는 분들이 있는데 보증금과 관계없이 적어도 3달치 차임이 밀리는 일은 없도록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 임차인이 3기 차임액에 달하는 금액을 연체하면 임대인으로부터 바로 계약 해지를 당할 수 있고, 갱신요구를 하더라도 거절당할 수 있으며, 가게를 넘기고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고 나가고자할 때도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에 대하여 협조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서 임차인을 위하여 5년의 계약기간을 보장해주고 권리금회수기회를 보호해주는 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그런데 임대인이 월세를 밀려도 재촉하지 않고 있으니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하면 위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큰 불이익을 입을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를 요합니다.
세 번째로 임차인이 권리금 관련한 주장을 하지 못한다는 계약 내용의 문제에 대하여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내용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권리금을 주장하지 않고 권리금회수기회의 보호 또한 포기한다는 내용으로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강행규정에 반하는 것으로 그 효력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계약 내용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은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호해줄 것을 여전히 요구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위 계약 내용대로 제소전화해를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제소전화해란 당사자들이 서로 합의한 내용을 제출하며 법원에 화해신청하게 되면 법원은 그 내용대로 화해조서를 작성한 뒤 당사자에게 보내는데 그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지닙니다. 즉 소송절차를 통해 판결을 받지 않더라도 이 화해조서를 가지고 강제집행을 할 수 있어 임대인으로서는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위와 같이 계약서의 내용들이 무효이기 때문에 임차인은 그 내용을 지킬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무효인 계약 내용으로 제소전화해까지 받은 경우에는 달리 보아야합니다. 대법원은 재심의 절차에 의하여 구제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강행규정에 반하는 내용일지라도 제소전화해를 신청하여 법원이 작성한 화해조서의 내용은 그 효력이 인정된다는 입장입니다. 즉 만약 위 계약 내용대로 화해조서가 작성되면 임차인에게 불리한 계약의 효력이 인정되고 그에 따라 재판을 받을 것도 없이 명도 집행까지 당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물론 위와 같이 명백하게 강행규정을 위반한 내용으로 제소전화해를 신청하면 법원에서 충분히 심사한 후 그러한 내용들을 삭제 내지 수정할 것으로 요구하여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습니다.
계약서에 작성한 내용은 강행규정에 위반되는 경우 등을 제외하면 어느 일방에게 불리하더라고 당사자들은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습니다. 따라서 임차인들은 계약 체결 시부터 부당하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이 있으면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나 소송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집행까지 가능하게 하는 제소전화해를 받는 경우라면 더욱더 충분한 상담을 받아야 장래 불측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