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방주 JR투자운용 회장 "남북관계 개선은 건설사에게 새로운 시장 열리는 것"
2018-06-12 13:42
국내 건설사 업무 범위 디벨로퍼까지 넓혀야
리츠사업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 많아
리츠사업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 많아
12일 이방주 제이알(JR)투자운용 대표이사 회장 겸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을 만나기 위해 을지로 사무실을 찾았다. 한국 주택건설의 전설로 기억되는 이방주 회장은 최근 가장 이슈였던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으로 인해 기대가 모아지는 남북경협 사업에 대해 "건설사들이 지나친 경쟁은 피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되 차분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국내 굴지의 건설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라며 "1970년대 중동시장이 열렸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중동 시장의 경험을 통해 철도, 항만, 도로 등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 "국내 건설사들 업무영역 넓혀야"
현대산업개발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몸담고 있는 동안 그의 경영철학은 '내실'이었다. 이 회장은 "덩치만 큰 회사가 아니라 좋은 회사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경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형만 크면 아무 의미가 없다. 내실있고 깨끗한 회사가 되기 위한 방향으로 요구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창의적이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경영인으로 정평났다. 현대산업개발 재임 당시 '아이파크 혁신' 캠페인 모델을 직접 하면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너무 오래된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현직에서 물러난 사람이 과거의 일을 두고 자랑하거나 떠벌리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국내에서는 10대 건설사를 시공능력에 따라 순위를 발표하고 있지만 해외의 굵직한 건설사들은 시공뿐만 아니라 개발 업무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직에서 물러난 이 회장은 주택산업과는 조금 다른 성격의 부동산 투자산업 분야로 눈을 돌려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2008년 그는 김관영 한양대학교 교수와 동생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과 부동산투자운용(REITS) 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을 설립했다. 제이알투자운용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을 매입해 개발하거나 부동산 관련 유가증권 등에 투자해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리츠 운용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01년 현대산업개발에 경영인으로 있을 당시 강남 파이낸스센터를 완공했다"면서 "당시 현대그룹의 사옥으로 계획을 했었지만 계열분리가 되면서 사옥이 필요 없어졌고 현대산업개발에 자금난이 발생하면서 해당 건물을 매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외국의 투자은행(IB)을 매각주관사로 삼아 매각을 진행해 미국의 투자전문회사인 론스타에 건물을 팔았다. 매각금액은 7000억원에 달했다"면서 "론스타의 투자 과정을 지켜보면서 자산운용사(AMC)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다. 고급건물도 자기자본을 크게 들이지 않고 투자가의 신용만으로 돈을 빌려 투자가 가능했는데 그 당시 매우 큰 충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게 자산운용사에 대한 꿈을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제이알투자운용은 설립된 지 10여년이 지나면서 운용 자산이 2조90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12월 기준 매출액은 104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오피스 39%, 상업시설 26%, 호텔 13%, 주거 13%, 물류센터 7%, 병원 2% 등을 운용하고 있으며 24호 상품까지 론칭했다.
그는 "5년 전 한류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급증하던 시기 명동과 충무로에서 임대가 잘 되지 않는 오피스 건물 3개를 매매해 호텔로 탈바꿈했다"면서 "명동의 스카이파크호텔과 충무로의 티마크호텔인데 상당히 좋은 투자의 대표사례로 남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이알투자운용은 리츠회사 가운데 해외진출을 가장 먼저 이뤄냈다. 이 회장은 "2014년 도쿄 아카사카 상업용 빌딩 매입을 주선하고 도쿄 오피스 빌딩도 매입했다"면서 "지난해에는 부동산 펀드 경영인가를 받아 국내 기관투자가 두 곳과 손잡고 오스트리아 빈의 업무용 빌딩 포르타워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제이알투자운용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부동산 펀드 겸영 인가를 받았다. 그는 "앞으로 부동산펀드를 통해 미국, 일본 등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이라면서 "부동산펀드는 리츠보다 절차가 간소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기에는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런던이나 뉴욕, 도쿄 등 해외시장에는 수익성이 큰 부동산이 국내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펀드란 펀드로 모집한 자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후 임대를 하거나 비싼 가격으로 매각해 매매차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또 아파트나 상가 등 부동산 개발을 추진하는 시행사에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고 대출이자수익을 얻는 펀드다.
이 회장의 관심사는 온통 부동산 투자산업에 쏠려 있었다. 그는 국내 부동산 투자산업이 국익 차원에 도움이 되고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IMF 외환위기 때 론스타와 같은 외국 IB들이 국내시장에 들어와 헐값에 부동산을 다 매매하면서 큰 이익을 취했다"면서 "국내에서 부동산 투자산업이 활성화돼야 외국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경기가 어려울 때 매물이 쏟아져 나온다. 그때 리츠회사가 매물을 받아주면서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주식시장에서도 시장이 어려울 때 기관투자가들이 안전판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은 맥락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0년대 초반보다는 리츠가 많이 대중화됐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전문경영인으로서의 모습보다는 사업가로 완벽히 변신한 이 회장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회사 특성상 투자가들에게 최대한 이익을 돌려줘야 하는 만큼 자산수탁자의무(fiduciary)를 가장 중요시한다고 했다. 그는 "투자가들의 돈을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투명하고 깨끗하게 회사를 운영하고자 한다"고 했다.
◆ 학회 회장, 연극재단 이사장…다양한 분야에 관심
화제를 돌려 2009년 설립한 한국부동산경영학회에 대해 물었다. 현대산업개발 전문경영인을 마치고 부동산 관련 교수들과 손잡고 학회를 설립했다. 그는 "부동산을 운용하는 것은 회사를 경영하는 것과 같다"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 규모도 점점 커지면서 합리적인 경영과 부동산 시장의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뜻이 맞는 교수들과 학회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경영학회는 매년 2~3회 부동산 관련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학회에서는 부동산중개학보라는 학회지가 발간된다. 이 회장은 "부동산중개학보가 한국연구재단에 등재하는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대학교수들이 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하면 연구실적으로 인정받는 권위있는 학회지가 됐다"고 했다.
이와 별도로 이 회장은 예술에 대한 관심도 높다. 대한민국 연극계의 거목인 고 이해랑씨의 아들로도 유명한 만큼 이해랑연극재단 이사장에 재임 중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시 읽는 것을 좋아한다며 자신이 직접 쓴 책 한 권을 건넸다. 그는 "시를 너무 좋아해서 좋아하는 시를 읽고 그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적었는데 책으로 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경영인, 사업가의 길을 걸어온 그에게 최종 목표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모든 순간은 꽃봉오리인 것을'이라는 정현승 시인의 시가 요즘 저의 모토다"면서 "모든 순간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약력
△1943년 서울 △1962년 보성고 졸업 △1966년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1969년 현대자동차 입사 △1998년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1999년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 △2004년 한국주택협회 회장 △2006년 현대산업개발 부회장 △2008년~ 제이알투자운용 회장,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 이해랑연극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