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기 우승’ 이승현 “속으론 대상 욕심 있었는데…”
2018-06-10 17:49
“제가 슬로우 스타터라 시즌 목표를 말할 기회가 없더라고요.”
이승현이 올해 생각보다 빠른 우승이 나오자 활짝 웃었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불어야 컨디션이 올라오는 ‘슬로우 스타터’의 비애로 인터뷰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승현이 조심스럽고 수줍게 속내를 드러냈다.
“겉으로 드러낸 적은 없지만, 사실 저 시즌 시작할 때 목표는 대상을 한 번 받아 보는 것이었어요.”
이승현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이 코스는 그린이 물렁한 편이라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큰 기대 없이 나왔는데 샷과 퍼트 감이 모두 좋아 우승까지 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올 시즌 처음으로 만족스러운 퍼팅 감을 찾은 것 같고 오랜 만에 만족스러운 경기를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1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 이후 7개월 만에 시즌 첫 우승과 통산 7승을 수확한 이승현은 프로 9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아직 개인 타이틀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감을 잡을 때가 되면 시즌 막바지로 흘렀기 때문이다.
이승현의 또 다른 인생 목표는 모든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는 그랜드슬램 달성이다. 이승현은 “다음 주에 메이저 대회가 까다로운 코스라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감이 좋아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골프 인생의 목표가 모든 메이저 대회 우승인데, 도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승현의 이름 앞에는 ‘퍼팅 달인’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선수들이 까다롭게 생각하는 7~8m 거리의 퍼트를 가장 자신 있다고 말할 정도니 ‘퍼팅 달인’이 맞다. 이승현은 “짧은 퍼트는 오히려 꼭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7~8m 정도의 거리를 좋아한다. 아마 30% 정도 성공률이 될 것 같다”면서 “그린에 오르면 라이를 그리고 눈과 발바닥 등 감각적인 것을 많이 이용해 통계보다는 감으로 하는 편”이라고 퍼팅 비결을 전했다.
이어 이승현은 “지금도 다시 태어나도 장타보다는 퍼팅이다. 장타에는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며 퍼팅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에서 이승현은 10m 이상의 장거리 퍼팅도 쏙쏙 홀에 떨어뜨려 버디 17개를 쓸어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