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예보, 기회는 ‘퍼팅 달인’ 이승현이 잡았다

2018-06-10 16:14
KLPGA 투어 역대 다섯 번째 '노보기 우승'…에쓰오일 챔피언십서 '통산 7승'

[버디를 잡은 뒤 인사하는 이승현. 사진=KLPGA 제공]


10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오일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이 열린 제주 엘리시안 컨트리클럽(파72)에는 비바람을 동반한 악천후가 예보됐다. 대회 경기위원회는 최종 3라운드 핀 위치의 난도를 조정했다. 핀 위치를 앞으로 당겼고, 비교적 아이언 샷 공략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제주 지역에는 오전부터 곳곳에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어 닥쳤다. 하지만 대회가 열리는 엘리시안 골프장의 날씨는 오전 내내 쾌청했다. 심지어 살짝 해를 가려주는 구름 덕에 선수들이 대회를 치르기 최적의 기후 조건이 만들어졌다. 이날 68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단 3명을 제외한 무려 65명이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냈다.

선수들에게는 타수를 줄일 수 있는 기회였다. 전반 9개 홀까지 ‘톱10’ 이내 14명 선수 가운데 무려 13명이 보기 없는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결국 퍼팅 싸움이었다. 그리고 그 기회는 ‘퍼팅 달인’ 이승현이 잡았다. 2라운드까지 김자영2, 박결과 공동 선두였던 이승현은 신들린 퍼트를 선보이며 사흘 내내 ‘노보기’ 플레이로 시즌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날 이승현은 2~6번 홀에서 5개 홀 연속 버디를 잡는 등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몰아치며 8언더파 64타를 쳤다. 1라운드 5언더파 67타, 2라운드 4언더파 68타를 친 이승현은 최종합계 17언더파 199타로 우승했다. 14언더파 공동 2위에 오른 이정은6와 박결을 3타 차로 따돌린 압도적 우승이었다. 이승현이 사흘 동안 쓸어 담은 버디만 17개였다. 우승상금 1억4000만원을 쥔 이승현은 상금랭킹도 5위(2억6837만원)로 올라섰다.

이승현은 올 시즌 경기 만에 첫 정상에 올랐고, 투어 통산 7승째를 수확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 이후 7개월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또 이승현은 KLPGA 투어 역대 다섯 번째로 노보기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앞서 신지애(2008년‧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배선우(E1 채리티 오픈), 박성현(이상 2016년‧보그너 MBN 여자오픈), 지한솔(2017년‧ADT캡스 챔피언십)이 노보기 우승을 기록했다.

이승현은 이날 신기에 가까운 퍼팅으로 완벽한 우승을 이뤄냈다. 결정적인 퍼트는 3번 홀(파3)에서 나온 16m 버디 퍼트였다. 그린 밖에서 퍼터로 친 어려운 라인의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탄력을 받아 5개 홀 연속 버디를 낚았고, 9번 홀(파5)에서도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빠졌으나 환상적인 벙커 샷으로 홀 옆에 붙여 버디를 추가해 전반에만 6타를 줄였다.

이승현을 가장 위협한 선수는 2주 연속 제주에서 우승을 노린 조정민이었다. 조정민은 전반에 이글 1개와 버디 5개로 무려 7타를 줄이며 한때 공동 선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승현은 후반 12번 홀(파3)과 15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달아났다. 조정민은 16번 홀(파3)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감기는 실수로 결국 보기를 적어내 선두 경쟁에서 멀어졌다. 이승현은 마지막 3개 홀을 차분하게 파로 막아 우승을 확정했다.

이정은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 이승현과 같은 8언더파 64타를 쳐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 공동 2위까지 올라 대회를 마감했다.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한 박결도 이날 5언더파 노보기 플레이를 펼치며 선전했으나, 이승현의 벽에 막혀 또 14언더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2주 연속 우승을 노린 조정민은 이날 7타를 줄이며 13언더파 단독 4위로 대회를 마쳤고, 지난해 우승자 김지현은 이날 4타를 줄이며 김수지와 함께 12언더파 공동 5위를 기록했다. 김자영은 마지막 17, 18번 홀에서 아쉬운 연속 보기로 공동 7위까지 내려갔다. 박소혜는 12번 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며 K9 승용차를 상품으로 받았다.

또 이번 대회에서 공동 7위에 오른 오지현은 퍼트가 떨어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으나 공동 25위(7언더파 209타)에 그친 장하나를 밀어내고 대상 포인트 1위에 올랐다.

이승현이 ‘버디 쇼’를 마치고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는 순간, 그때서야 대회장에는 강한 비가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