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지역 안보·경제 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가 9일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정상회의를 열 예정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두고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이들은 미국을 견제하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의엔 주최국인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의장을 맡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소론바이 제옌베코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등 4개 회원국 정상이 참석한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핵합의 파기로 어려움에 처한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도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번 회의에 8개 회원국과 4개 옵서버 국가의 정상이나 대표가 참석하며 이들은 논의 결과를 '칭다오 선언'에 담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중국과 러시아의 공조 체제를 공고히 다지고, 이란 핵합의·무역갈등 부분에서 미국을 견제하는 색채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북중 정상회담을 가진 중국과 북한과 접촉이 활발해진 러시아가 SCO 정상회의를 빌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맞상대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왕이 국무위원을 비롯해 키르기스스탄, 파키스탄, 러시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외교장관은 지난달 24일 베이징(北京)에서 SCO 외교장관 회의를 열어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난하는 내용의 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SCO는 2001년 6월 중국과 러시아의 주도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해 출범했고 지난해 인도와 파키스탄이 가입해 회원국 수가 8개국으로 늘어났다.

이로써 SCO는 전세계 인구의 44%에 달하는 인구 31억명의 거대 지역협의체가 됐고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에서 25%로 늘어났다. 핵 보유국만도 4개국에 이른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합류는 '유라시아판 나토'로 불리는 SCO의 국제적 영향력을 배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