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궐련형 전자담배 해롭다”…업계선 반발

2018-06-07 16:35
유해물질 일반담배보다 1~28% 수준이지만 타르 150~200% 더 검출돼
업계 “정부 규제에 유리하게 해석”…KT&G “정부 조사결과 충분히 이해”

[연합뉴스]


궐련형 전자담배에 함유된 니코틴과 타르 등 유해물질이 일반담배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정부 조사결과가 나왔다. 타르 함유량은 오히려 일반담배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전자담배 업계는 정부 분석에서도 실질적인 유해물질 함량이 낮게 나왔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조사·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 판매 중인 궐련형 전자담배 배출물에서도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니코틴·타르·포름알데히드·벤젠 등 인체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다만 발암유해물질 검출량은 일반담배 대비 1~28%로 낮았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용기기를 통해 연초를 250~350℃ 고열로 가열해 배출물을 흡입하는 가열식 담배로,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본격 출시됐다. 출시 당시 일반담배보다 발암 유해물질 배출량이 90%가량 적다는 것이 홍보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정확한 유해성 정보에 대한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식약처는 지난해 8월 니코틴, 타르 2종과 함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각국 정부에 저감화를 권고하는 9개 물질까지 총 11개 물질에 대해 우선적으로 분석을 추진했다.

분석 대상은 필립모리스 ‘아이코스(앰버)’, BAT ‘글로(브라이트 토바코)’, KT&G ‘릴(체인지)’ 등으로 제품 수거 당시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모델로 선정됐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아직까지 국제적으로 공인된 분석법이 없다. 때문에 식약처는 일반담배 국제 공인분석법인 ISO법과 헬스캐나다(HC)법을 궐련형 전자담배에 맞게 적용해 각각 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일본, 중국, 독일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분석한 바 있다.

ISO법은 담배 필터 천공부위를 개방해 분석하는 방법으로 일반담배 니코틴·타르 함유량 표시에 적용되고 있으며, HC법은 흡연자 습관을 고려해 천공부위를 막고 분석하되 더 많은 담배 배출물이 체내에 들어간다고 가정하는 방식이다.

9회 반복을 통해 1개비를 피울 때 발생하는 배출물 함유량을 분석한 결과, 니코틴 평균 함유량은 글로 0.1mg, 릴 0.3mg, 아이코스 0.5mg, 타르 평균 함유량은 글로 4.8mg, 릴 9.1mg, 아이코스 9.3mg이 검출됐다. 제품 간 수치 차이에는 의미가 없다는 게 식약처 입장이다.

이는 다소비 5개 일반담배 제품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일반담배 배출물에 포함된 니코틴과 타르 함유량은 각각 0.01~0.7mg, 0.1~8.0mg다. 전자담배에 포함된 니코틴은 일반담배의 70~80% 수준이었고, 타르의 경우는 150~200%로 더 높았다.

반면 WHO 저감화 권고 9개 물질에서는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수치가 적게 나왔다. 국제암연구소에서 인체 발암물질(1군)로 분류한 벤조피렌·니트로소노르니코틴·니트로소메틸아미노피리딜부타논·포름알데히드·벤젠·1,3-부타디엔 등 6개 물질은 가장 많이 검출된 경우도 일반담배 대비 1/4 수준에 그쳤다. 1,3-부타디엔은 아예 검출되지 않았다.

이외 아세트알데히드는 일반담배의 28% 수준이었고, 아크롤레인, 일산화탄소는 0.2%~3% 이하로 지극히 적었다.

식약처는 분석방법과 분석결과에 대해 다양한 분야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시험분석평가 위원회’에서 3차례 검증 절차를 거쳐 신뢰성과 타당성을 인정받았다.

김장열 식약처 소비자위해예방국장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은 일반담배와 유사한 수준으로, 금연에 도움되지 않는다”라면서 “유해물질 복합체인 ‘타르’ 함유량이 더 높게 검출됐다는 것은 일반담배와는 다른 유해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벤조피렌·벤젠 등 인체 발암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며 “유해물질 함유량만으로 제품 간에 유해성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임민경 국립암센터 교수는 “의약품조차 많은 단계를 거쳐 안전성을 입증하는데, 독성이 명확한 제품에 대해 올바르지 않은 분석으로 유해성이 적다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가열담배’라 명명하고 싶고, 일반담배와 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 간접흡연 차단 필요성도 마찬가지”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자담배업계에서는 유해물질 감소가 확인됐음에도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편파적 해석'이라며 맞섰다.  

한국필립모리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식약처 분석결과는 발암 유해물질이 적다는 당사 입장을 재차 입증한 것으로, 이는 유해성 감소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유해성분 함유량을 통한 유해성 비교가 적절치 않다는 것은 가장 해로운 일반담배 소비를 지속하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같은 방법으로 분석한 해외에서도 이번 식약처와 같은 결과가 나왔지만, 규제되기보다는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제도적 규제 등 원하는 방식에 유리하도록 편파적으로 해석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에 대한 정부 조사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궐련형 전자담배 또한 일반적인 담배 범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김장열 국장은 “업체 측 주장이나 광고 상 문제는 없다. 하지만 가열방식인 전자담배에서 태우는 방식인 일반담배보다 타르 함량이 더 많다는 점에서 여러 다양한 유해물질이 더 포함돼있을 수 있다”며 “덜 유해하다고 설명하는 것에 대해서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WHO는 전자담배 유해물질 감소가 인체 위해도를 감소시킨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밝혔고, 미 FDA 자문기구에서도 아이코스가 담배 관련 질환 위험성을 줄인다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궐련형 전자담배는 캐나다, 일본, 영국 등 30여개국가에서 판매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식품의약국(FDA)가 아이코스에 대해 허가 심사를 하고 있다.

또 국내 담배사업법에서는 일반담배 연기에 포함된 니코틴과 타르 수치를 제품 포장에 표기토록 하고 있는데, 증기가 형성되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 표시 의무가 없다. 기획재정부는 표시 의무에 궐련형 전자담배를 포함할 수 있도록 한 개정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