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한항공에 칼 빼들었다…사상 첫 ‘공개서한’ 발송
2018-06-05 21:36
“의혹 관련 입장, 15일까지 회신해달라”…경영진·사외이사와 비공개 면담도 신청
국민연금이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과 탈세 의혹’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대한항공에 대해 그간 참아온 ‘주주권 행사’의 칼을 빼들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5일 대한항공에 조양호 회장 등 경영진 일가의 일탈행위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와 해결방안을 묻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주식의 12.45%를 보유한 2대 주주이자,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11.8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공개서한 발송이란 주주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금운용본부는 이 서한에서 “최근 귀사 경영진과 관련한 여러 국가기관의 조사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대한항공에 대한 신뢰성 및 기업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사료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연금공단은 대한항공의 주주로서, 기금의 장기 수익성 제고를 위해 해당 사안에 대한 명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실질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귀사의 입장을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청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회의에서 대한항공에 대해 독립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민간 전문가들로 꾸려진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기금운용본부의 공개서한 발송에 앞서 “경영진 일가의 일탈행위 의혹이 기업 평판 악화 등으로 이어지면서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고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확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우려가 담긴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편 4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대한항공 직원들과 국민적 여론이 싸늘한 상태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5일 성명을 내고 “법관들이 갑(甲)의 편이 되어 을(乙)들의 가슴을 찢어 놓고 있다. 이명희 구속영장 기각을 규탄한다”면서 구속을 촉구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이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 등 처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주요 포털 사이트 관련 뉴스 댓글에도 이 전 이사장의 영장 기각을 비판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경찰은 이 전 이사장에 대한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해 재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