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병원 '제일병원', 대규모 파업에 ‘폐원’ 위기…6월말 고비

2018-06-05 08:21
노조, 일방적 임금·복지 삭감에 반발해 경영진 퇴진 요구…임산부·보호자 피해 ‘눈덩이’

[사진=네이버]


한 해에만 4500여명이 분만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중구 여성병원 제일병원이 간호사 집단사직에 이어 대규모 무기한 파업으로 위기에 처했다. 필수 인력은 여전히 근무하고 있지만 수많은 임산부가 혼란을 겪고 있다.

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제일병원지부에 따르면, 이 병원 경영진은 지난 4월 직원 임금 15~50%를 일방적으로 삭감하고 무리한 신축공사를 강행했다. 이에 조합원 500여명 중 필수 인력을 제외한 250명은 지난달 31일부터 경영진 사퇴를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병원 직원들은 병원 사정에 맞춰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상여금 300%를 반납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경영진이 교체되고 이사장 부인과 아들이 이사로 들어온 후 무리한 신축 건물 공사를 강행했다.

월급에 문제없다고 호언장담했던 경영진들은 월급 직전 날이 돼서야 직원 홈페이지에 연차별 연봉삭감과 복지 축소를 일방적으로 게재·통보했다. 이 연봉삭감에 경영진은 제외됐다.

연봉삭감으로 일부 직원들은 2018년 최저월급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조합측 주장이다. 이에 노조는 임금·복지 정상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이사장이 퇴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대규모 파업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해있는 임산부 대부분은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응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병동 입원 역시 불가한 상황이다.

임산부들은 진료받던 병원과 의료진을 바꾸게 되면 혹여 사고가 나진 않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때문에 뜻밖의 상황에 극심한 피해를 본 보호자들이 강하게 항의하는 등 병원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제일병원 노사가 4일 두 차례 교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무기한 파업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노조 측은 이번 파업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달 말에도 집단 사직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간호사 70여명은 지난 4월 집단으로 퇴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