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신흥국 긴축발작 언제든 재연"
2018-06-04 19:00
로버트 홀 교수 ‘금융위기 발생 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상승’
시라카와 마사키 전 총재 ‘통화정책 수립 앞서 환경변화에 유의’
시라카와 마사키 전 총재 ‘통화정책 수립 앞서 환경변화에 유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로버트 홀 스탠퍼드대학교 교수, 시라카와 마사키 전 일본은행 총재 등 글로벌 금융 전문가들은 4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BOK(Bank of Korea) 국제콘퍼런스에서 '통화 정책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2013년 긴축발작(Taper tantrum)으로 신흥시장국에서의 급격한 자본유출과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초래됐다"고 강조했다. 긴축 발작이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종료를 시사하자 선진국 자본이 이탈해 신흥국의 증시와 통화가치가 급락한 현상이다.
연준은 오는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금리 상단을 연 2.00%로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최근 자금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신흥국이 받을 충격은 더 강할 것으로 보인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역시 신흥국 충격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같은 파장에 대비해 "각국의 중앙은행은 적극적인 정책 커뮤니케이션과 더불어 통화정책의 한계를 감안해 다른 정책과의 조합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로버트 홀 교수는 '금융위기의 거시경제학 : 경제심리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연설을 통해 미국의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주체의 심리 악화는 미국 경제에서 이자율의 급등으로 표현됐다"면서 "이는 자산가격 폭락, 투자둔화, 실업률 급등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케인즈도 대공황에서 벗어나는데 경제주체의 자신감 회복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며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도 경제주체의 심리변화가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시라카와 전 일본은행 총재는 통화정책을 내놓기에 앞서 환경변화에 유의하면서 경제이론과 현실, 제도와 금융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당면과제에 대한 소회'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고객 맞춤형의 다양한 신상품 개발 등으로 정확한 인플레이션 측정이 보다 어려워졌다"면서 "또 잠재성장률 하락과 장기간의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는 부채누증이라는 부담을 가져오게 된다. 향후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간 상충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국제금융 환경과 같은 대외요인이 개별국 통화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통화정책과 국내 정책목표 간 대응관계 약화 등의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라카와 전 총재는 "정부나 국회의 경제, 재정개혁을 통한 성장률 제고 등이 여의치 않은 경우 중앙은행에 정책수단 동원을 기대하게 된다"면서 "중앙은행이 이러한 독립성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재정건전성과 명확한 부실금융기관 정리 및 자본투입 원칙을 담보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