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큰 그림?... '패싱' 우려로 혼돈에 빠진 中∙日

2018-05-28 13:46
문 대통령 남북 정상회담 결과 발표에 중국 역할 언급 없어
中 전문가 "하루 빨리 개입…'차이나 패싱' 절대 안돼"
日 아베, 북·미 정상회담 전 트럼프와 회담 추진

[사진=바이두]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중국 역할론’이 흔들릴 조짐이 보이자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다시 북한 핵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도 비핵화 논의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의 2차 남북 정상회담 결과 발표문에는 중국의 역할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과정에서 중국을 배제한 남북한과 미국의 3자체제가 유력하게 언급됐다.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생각이 중국 배제론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열린 남북의 깜짝 정상회담 개최 이전 공식석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태도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뒤로 바뀌었다”며 ‘중국 배후론’을 수차례 제기한 바 있다. 중국의 개입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이후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해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번 남북 정상회담으로 상황은 반전됐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 중국의 위치도 애매해졌다. 김 위원장이 두 차례나 중국을 찾으며 북·중 우호관계를 과시했지만 이제는 설 자리를 잃은 모습이다. 중국이 북·미정상회담을 환영한다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안정 실현을 중시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강조하고 '중국 역할론'을 거듭 언급하며 대응에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7일 사평을 통해 “한반도 정세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길 바란다”면서 “중국이 일부러 북·미 정상회담을 어렵게 만든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왕치산(王岐山) 중국 부주석도 한반도 안보 수호가 '중국의 핵심적인 이익'이라고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관여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고 연합조보(聯合朝報)가 27일 보도했다.

시진핑 지도부의 최고위급 인물이 한반도 문제를 '중국의 핵심 이익'으로 표현한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그만큼 중국이 북한 정세를 중시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또, 이는 자국 이익 수호를 위해 차이나 패싱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중국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놓치지 말고 다시 북핵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왕쥔셩(王俊生)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봉황망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서둘러 행동해야 한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미국으로 특사를 파견하고 한국∙일본과도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은 우리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하는 상황”이라며 “무엇이 우리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확실하게 파악하고 절대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도 급변하는 북·미 정상회담 및 남북 정상회담 움직임을 파악하고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의 27일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달 8~9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을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일정을 앞당겨 6~7일 미국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일정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진의를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