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7월부터 수입차 관세 '절반' 인하…현대·기아차 미칠 영향은?

2018-05-23 08:06
수입車 관세 25%→15%, 수입부품 관세율 8~25%→6%
미중 무역협상 타결 이틀만에 나와…중국 자동차시장 개방 확대 조치
BMW, 테슬라 등 일제히 '환영'
현지 생산하는 현대기아차 혜택 '제한적'…고급 외제차 가격 인하 압박받나

[사진=재정부 홈페이지]


중국이 오는 7월부터 자동차 수입 관세를 절반 가까이 낮추기로 했다. 이는 BMW 같은 수입차 브랜드에는 호재가 될 수 있는 반면 현지에 진출한 베이징현대 같은 우리나라 자동차 기업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7월부터 수입車 관세 '절반' 인하

중국 재정부는 22일 웹사이트를 통해 오는 7월 1일부터 자동차 수입관세를 낮춰 기존의 수입자동차에 부과된 20~25% 관세는 15%로, 수입 자동차 부품에 부과된 8~25% 관세는 6%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평균 관세 인하폭만 46%에 달한다고 중국 경제일간지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이 23일 보도했다. 

재정부는 "이번 자동차 수입관세 인하는 중국이 한층 더 개혁개방을 확대하기 위한 중대한 조치"라며 "이는 공급측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과 업그레이드를 촉진해 자동차 품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재정부는 또 향후 중국 자동차 산업 경쟁력과 발전 상황에 맞춰 추가로 관세를 인하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번 관세 인하 조치로 수입차 가격이 낮아지는 만큼 중국 내 수입차 판매량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면 30만 위안(약 5000만원)짜리 수입차의 경우, 기존에는 7만5000위안 관세를 내야했지만 앞으로는 4만5000위안만 내면 된다. 3만 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500만원 가격 인하 효과가 나는 셈이다.

◆ 미·중 무역협상 타결 후 이틀 만에···

이번 조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타결된 지 이틀 만에 나와 더 주목됐다.  사실 중국 자동차 수입관세 인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월 보아오아시아포럼 개막 연설에서 미국 보호무역 기조에 맞서 꺼내든 협상 카드였다.

시 주석은 당시 "올해 자동차 수입 관세를 상당히 낮추는 등 수입을 확대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개방 의지를 피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서 "중국이 수입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가 25%로, 미국의 수입자동차 관세 2.5%의 10배에 달한다"고 꼬집은 것을 의식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중국은 지난 1986년까지만 해도 수입 자동차에 최고 220% 관세를 부과했으나 9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인하해왔다. 마지막으로 수입 관세를 인하한 것은 지난 2006년 7월이다. 

재정부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관세를 인하하면 중국 자동차 전체 평균 세율은 13.8%로 맞춰졌다. 이는 유럽연합(9.8%), 한국(8%), 인도(60%), 브라질(35%) 등과 비교했을 때 중국 자동차 산업 현실에 맞는 수준이라는 게 재정부의 설명이다. 

◆ BMW, 테슬라 등 일제히 '환영'

시장은 이번 조치로 수입차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는 만큼 중국 내 수입차 판매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자동차유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자동차는 모두 121만6000대로, 전년 대비 16.8% 늘었다. 중신증권은 향후 중국 내 수입차 판매량이 기존의 100만~120만대 수준에서 150만~200만대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포르쉐, 테슬라, BMW 등 외제차 브랜드는 중국 정부의 결정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하며 판매가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포르쉐는 "중국의 수입자동차 관세 인하 조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BMW도 "이번 조치로 소비자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이는 시장에 한층 더 활력을 불어넣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온라인매체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미 관세 인하 조치에 맞춰 발빠르게 중국내 판매가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테슬라가 중국내 판매하는 제품 6종의 가격 인하 폭은 4만8000~9만 위안에 달한다. 

◆ 현대차, 기아차 '악재' 우려도

이번 수입차 관세 인하 조치가 이미 현지에 합자법인을 세워 자동차를 생산하는 우리나라 현대·기아자동차에 가져올 혜택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오히려 고급 외제차 가격 인하가 압박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쉬하이둥(許海東)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비서장 조리는 "중국 내 합자브랜드와 토종브랜드가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특히 합자브랜드가 더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자신광(賈新光) 중국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는 "이번 관세 이하 조치로 고급 외제차 가격이 낮아지면 합자브랜드 중에서도 특히 한·중, 중·일 합자기업들이 더욱 더 가격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현대, 둥펑웨다기아처럼 현지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현대·기아차는 중국의 자동차 부품 수입관세 인하에 따른 혜택을 일부 볼 수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