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칼럼] 공수처를 헌법기관으로 설치하라

2018-05-23 06:00
고위공직자 감찰 제기능 못하는 감사원
감사원을 독립헌법기간으로 격상시키는 개헌 필요성 제안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고위층의 부정부패는 국가를 패망으로까지 몰고간다.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시도와 맞물릴 때는 더 위험하다. 대한민국이 처한 위기의 본질이다. 초대형 부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는 검찰을 바라본다. 그러나 부패 방지 책무를 다하지 않고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국가기관이 있다. 바로 감사원이다. 감사원 기능을 제대로 살려야 대형비리를 사전 예방할 수 있다.

문재인 현직 대통령을 제외한 1987년 체제 이후 역대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중 최고기록은 제15대 대통령 김영삼이다. 1993년 2, 3분기 YS의 지지율은 83%까지 치솟았다. 평소에 ‘인사가 만사다’를 외쳐온 YS의 집권 1년차 인사는 절묘했다. 그 중에서 대쪽 이회창 대법관을 감사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묘수 중의 묘수였다. 이때 이회장 감사원장을 주축으로 비리공직자 척결, 금융실명제, 역사바로세우기,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등 쾌도난마의 반부패 정책을 밀어붙였다.

대한민국을 자동차에 비유하면 감사원은 브레이크라고 할 수 있다. 감사원은 국가가 전복되는 사고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고성능 ABS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감사원은 이회창 원장 이후 제 기능을 하지 않음에 따라 대한민국은 25년간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가 되버렸다. 지금 대한민국 최악의 직무유기 헌법기관은 감사원이다. 검찰을 최악의 직권남용 법률기관으로 비난하고 있지만 원흉은 감사원의 지독한 직무유기 때문이다.

◆꿩(부패) 잡는 매(독립감찰기관)가 필요하다

조선시대(司憲府), 고려시대(御史臺), 신라시대(司正府) 때에도 일반인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형벌은 '투트랙' 시스템이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1% 상층부에 대한 범죄를 일반 검찰, 특별검찰, 특별수사관, 특수부 등 본질이 ‘셀프감찰’인 곳에 더 이상 맡기면 안 된다. 감사원이 직무유기에서 벗어나 본연의 기능을 할 때 고위층의 부정부패 척결도 가능하다.

검찰과 법원 등 권력기관의 고위 공직자 부패가 임계점에 달했는데도 평균 5년에 한 차례씩 대법원장 또는 검찰총장의 사과문을 발표하며 셀프감찰을 고수하고 있다. 또 공직자비리수사처(약칭 ‘공수처’) 대신에 법률을 제정해 이를 근거로 특별감찰관실을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특별감찰관과 감찰담당관을 전원 해임하여 제도 자체를 파괴해 버렸다.

수백 명에서 수만 명의 부하직원을 거느린 장관이 휘하 직원 9명의 국회의원을 부러워 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4년 임기가 헌법에 보장돼 권력자의 눈치를 장관만큼 볼 필요가 없고, 또 하나는 식물국감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20일간 국가권력기관을 감사하는 국정감사권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1년 365일 감사권을 누릴 수 있고, 5년 단임제의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행정부소속 공직자로서 헌법에 유일하게 임기가 보장된 감사원장과 감사위원들(4년, 1차한 중임가능)은 요즘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실까. 헌법에 단 한 조문, 한 글자도 없는 ‘청와대 민정수석’은 저토록 눈부신 존재감을 펼쳤건만.

꿩이 꿩을 잡을 수 없듯 조직 내 감찰부서가 같은 조직의 부패를 척결할 수 없다. 꿩(부패) 잡는 매(독립감찰기관)가 필요하다. 비리고위공직자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지닌 공수처 설치 추진과 병행하여 현행 헌법상 국가감찰기관 감사원을 깊은 잠에서 깨워야 한다.


◆감사원을 제6부 독립헌법기관으로 격상하라

2018년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따르면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이 독립기관으로 분리됐다.

감사위원 전원을 감사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던 것을 감사위원 중 3명을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해 국회의 정부에 대한 통제권을 더욱 강화했다.

그러나 학계 일각에서는 현행 헌법상 감사위원 7명 가운데 3명을 국회에서 선출해도 대통령이 감사원장을 임명하고 나머지 과반을 감사원장이 제청하는 한 감사원은 대통령 영향 아래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감사원을 독립헌법기관, 즉, 입법, 행정, 사법,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등 기존 5부 헌법기관에 더한 제6부 헌법기관으로 격상시켜 국가 최고 사정·감찰기관 감사원에 걸맞은 준사법권을 부여하고 감사원장의 지위를 국무총리급으로 격상시키는 헌법개정을 제안한다.

권력형 부정부패 척결 대책은 한마디로 공수처 설치 외엔 모두 눈 가리고 아웅식 미봉책이다. 공수처의 조속한 설치와 공수처 지위 권한 등을 헌법에 명기할 것을 제안한다. 법률을 근거로 설립한 특별감찰관실 자체가 파괴되어 버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수처는 법률차원보다 높은 헌법 차원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끝으로 공수처를 입법 행정 사법부가 아닌, 독립헌법기관 감사원의 예하에 설치하여 권력형 비리 척결의 최전선에 서게 하는 방안을 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