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수 LGU+ 고객가치혁신담당 “고객 신뢰 받는 이통사로 거듭날 것"

2018-05-22 13:39
권영수 부회장 특별 지시로 지난해 8월 조직개편
모든 상품‧서비스, 출시 전에 고객가치혁신담당 통해야
철저한 고객 불만 분석,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출시로 이어져

박수 LG유플러스 고객가치혁신담당이 21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제공]


약정 없는 데이터 2배 요금제, 데이터 용량‧속도 제한 없는 진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선보인 LG유플러스의 스마트폰 요금제다. 특히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3사 통틀어 유일무이한 요금제로 주목받고 있다. 3사 과점인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이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과감한 변신의 중심에는 지난해 신설한 조직인 ‘고객가치혁신담당’이 있다.

고객가치혁신담당은 LG유플러스의 상품과 서비스가 고객을 만나기 전에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이곳은 사내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철저히 고객 관점에서 살펴보고 개선점을 찾아내는 조직이다. 공장에 비유하면 검수를 담당하는 셈이다. 고객의 페인포인트(Pain point, 불평)를 분석해 실제 상품에 반영토록 하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고객가치혁신담당은 권영수 부회장의 특별 지시로 지난해 8월 신설됐다. 권 부회장은 통신이 고객의 삶과 늘 함께하는 필수 서비스로 안착했으나, 정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부정적이라는 데 주목했다. 그동안 이동통신사는 가입자 빼앗기 경쟁에만 매몰돼 다년간 한 곳을 이용한 ‘집토끼’들은 사실상 방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LG유플러스는 이에 대한 자기반성과 함께 고객이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이동통신사로 거듭나겠다는 일념으로 고객가치혁신담당을 출범시켰다.

고객가치혁신담당을 이끄는 박수 담당은 21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고객가치혁신담당은 사업자 관점의 사고를 고객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출범했다”며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라는 LG그룹의 철학을 이동통신업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고객언어혁신팀, 1년에 본 문건만 1000만건···쉬운 표현이 곧 ‘소통’

고객가치혁신담당은 △고객언어혁신팀 △고객페인포인트혁신팀 △고객경험혁신팀으로 구성된다. 고객언어혁신팀은 LG유플러스가 지난해 4월 신설한 조직으로, 고객가치혁신담당의 모태다. 고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품명과 설명 등에 쉬운 언어와 디자인을 적용하며, 홈페이지와 온라인 스토어,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고객에게 전달되는 언어를 모두 검토하고 개선한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의 상품뿐만 아니라 직영대리점이나 앱과 같은 고객 접점에서 제공하는 프로모션 내용까지 살펴본다. 고객언어혁신팀이 지난해 출범 후 현재까지 본 문건만 1000만건 이상에 달한다. 광고 포스터에 사용되는 색상과 글자 크기 등도 면밀히 살핀다.

박수 담당은 “언어는 쉽게 풀다 보면 길어져 이를 바로 시각물에 앉히면 혼란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라며 “이에 고객언어혁신팀에서 언어와 디자인에 대한 역할을 분배해 최종 결과물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언어혁신팀의 핵심 역량은 ‘객관성’이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 방송 작가, 잡지 에디터 등과 협업한다. 내‧외부 시각에 대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LG유플러스 내부에선 친숙하지만 일반인들은 생소하게 들리는 용어를 찾아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박수 담당은 “통신 분야에서 쓰는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용어가 뒤섞여 읽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변화에 민감한 젊은 층은 이해할 수 있더라도 다수의 고객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용어나 상품 네이밍 등을 사업자 관점이 아닌 고객 관점에서 생각해 어느 연령층에서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고객언어혁신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올해 2월 출시한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의 네이밍은 고객언어혁신팀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데이터 용량 제한이 없고, 한도 초과 시 속도를 제한하지 않는 요금제 특징을 그대로 담았다. 기존 데이터 요금제의 경우 ‘데이터 스페셜A’, ‘데이터 6.6’ 등 명칭만 보고 요금의 성격을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IPTV 키즈용 콘텐츠 ‘아이들나라’, 인공지능(AI) 플랫폼 ‘U+우리집AI’ 등도 모두 고객언어혁신팀의 손을 거쳤다.

◆페인포인트 접수‧분석, 업계 최초 데이터무제한요금제 출시로 이어져

고객페인포인트혁신팀은 고객센터에 접수되는 불만 사항을 수집, 분석해 신규 상품 출시 계획 등에 반영한다. 음성인식을 텍스트로 바꿔주는 솔루션 ‘U+보이스’로 모바일 고객센터와 홈 고객센터에 접수되는 요청을 토대로 주요 단어 200여개를 조합해 페인포인트를 자동 추출한다. 지난해 8월 출범 이후 3개월 만에 개선해야 할 페인포인트 80여건을 발굴, 이를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페인포인트 수렴은 LG유플러스 내부에서도 진행된다. 고객페인포인트혁신팀은 사내 임직원을 대상으로 페인포인트 의견을 접수받는다. 우수 사례는 전사에 수시로 공유하고, 의견을 제시한 직원을 매월 포상한다. 현재 내부에서 매월 접수받고 있는 페인포인트는 200여건에 달한다. 실제로 LG유플러스 용산 사옥 1층에선 프로야구 중계 앱 ‘U+프로야구’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전국 직영대리점과 고객센터 현장 근무 직원을 대상으로 ‘고객 대변인’ 제도를 운용해 개선해야 할 과제를 두고 집중 토론한다. 고객 대변인은 회사 직원이 아닌 고객의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하며, 자칫 본사 직원들이 간과할 수 있는 현장 중심 과제를 건의한다. 페인포인트 개선 현황은 매월 권영수 부회장에게 보고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이동통신 3사 최초로 약정 없이 데이터 제공량을 2배 늘린 요금제를 출시했다. 그해 12월에는 11만원대 데이터중심 요금제를 8만원대로 낮춰 통합했다. SK텔레콤과 KT도 이에 맞춰 요금제를 개편했다. 올해 1월부터 기존 선택약정 요금할인 20% 고객의 잔여기간과 상관없이 재약정 고객에게 위약금을 면제해줬고, 2월에 실질적인 의미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모두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분석‧반영한 결과물이다.

가입절차와 보상 방안 등이 복잡한 단말 분실파손 보험, 임대폰 대여반납 서비스 업무를 전담하는 분실‧파손고객케어팀도 올해 2월 신설했다. 스마트폰의 분실과 파손, 보상 등은 고객에게 가장 민감한 이슈이자 민원이 빈번한 분야이기도 하다. 보험 보상 범위 등이 사전에 안내되긴 하나, 고객이 미처 숙지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도 적지 않다. LG유플러스는 이같은 페인포인트에 착안해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박수 담당은 “고객이 휴대폰을 잃어버렸을 때 우리의 서비스가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지가 매우 중요한데, 휴대폰 분실과 찾아주는 프로세스에 대한 페인포인트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이를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조직이 탄생했다”라며 “고객페인포인트혁신팀 운영 후 LG유플러스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고객의 불편한 점을 찾고 실제 상품과 서비스에 반영하는 선순환 조직문화가 정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매장 직원마다 설명 제각각···가입부터 청구까지 전 과정 일원화

고객경험혁신팀은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대표적으로 전국 2000여개 직영점과 공식 온라인 스토어, 애플리케이션, 문자 안내 등에서 모두 같은 요금안내를 받도록 했다. 스마트폰 요금제의 경우 단말기 할부금과 선택약정 요금할인, 제휴카드 적용, 결합할인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이 요금 체계를 모든 채널에서 똑같이 안내할 수 있도록 전달 프로세스를 일원화하고, 관련 정보를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고객경험혁신팀은 내부에서 사용하는 준말 등의 표현도 개선한다. 예를 들어 청구서에서 ‘기가안심 1G’, 홈페이지에서 ‘기가안심 요금제’ 등으로 같은 요금제인데 다르게 표현되는 것을 ‘기가인터넷’으로 통일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우편 청구서 정보의 디자인 배치를 고객센터 앱과 홈페이지에서도 동일하게 볼 수 있도록 사용자환경(UI)을 통합했다. 추후에도 정보 배치 등에 대한 고객 의견을 수렴해 정보 전달 시 친숙함과 직관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박수 담당은 “고객이 매장에 방문해서 요금을 상담받는 경우 판매하는 사람의 개인 역량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부분이 많았다. 같은 고객이더라도 어떤 판매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달라진다”라며 “고객경험혁신팀은 고객이 어떤 매장을 방문하더라도 동일한 정보를 얻고 상담받을 수 있도록 정형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상품 가입단계부터 청구서를 받는 과정까지를 모든 채널에서 동일하게 적용토록 프로세스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가치혁신담당은 현재 핵심 개선 과제 40여개를 선정, 2020년까지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박수 담당은 “LG유플러스가 올해 출시할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있어, 우리 담당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라며 “고객의 편의성을 꾸준히 높여나갈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