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경제공동체 설립이 신남방정책 최우선 과제”

2018-05-21 16:23
박번순 고려대 교수, 아세안 시장은 한‧중‧일 각축장
중견국 협력 통한 동아시아 안전 확보 필요

박번순 고려대 교수가 2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미나에서 '신남방정책의 과제와 추진전략'이라는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제공]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신남방정책이 제대로 성과를 얻으려면 한-아세안 경제공동체 설립이 중요하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박번순 고려대 교수(경제통계학부)는 2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미나에서 “아시아는 장기적으로 동아시아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며 “중견국 협력을 통한 동아시아 안정 확보, 무역과 투자의 확대를 위한 보완시장 육성, 역동적 아시아 회랑의 주역 등 정책 목표를 구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의 이같은 주장은 아세안 시장이 한‧중‧일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의 아세안 교역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아세안 투자에 공을 들이며 동북아 협력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60년대 이후 아세안 경제구조를 결정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으며 지속적이 투자를 하고 있다. 또 중국은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며 아세안과 중국의 생산네트워크가 심화되고 교역이 급증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역시 아세안과 협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국과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수입규모가 적다. 이렇다보니, 아세안 국가 투자에서 베트남 집중도가 급속히 증가하는 모양새다. 선진 아세안 국가와 교역규모가 정체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박 교수는 “인도의 잠재성과 고도성장에도 불구하고 인도와 협력은 부족하다. 한국의 대인도 수출은 전체 2.6%에 불과하고 수입은 1% 수준”이라며 “신남방정책은 미국과 중국 중심의 정치‧경제협력에서 외교의 다변화를 추진하는데 의의가 있다. 정부 중심의 경제협력에서 사람과 사람의 협력, 상호이해의 협력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중견국협력을 통한 동아시아 안정 확보는 동북아 갈등의 중재역으로서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역과 투자 확대를 위한 보완시장 육성은 고령화, 고생산비, 산업공동화 등 한국경제 역동성 저하에 대하하기 위한 파트너로 접근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신남방정책이 인도까지 연결하는 장기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인구 35억명의 대규모 소비시장을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중국과 일본 등 아세안 진출 국가들과 차별화된 한국형 협력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라며 “우리나라는 민주화에 기반한 창의와 혁신 역량으로 중진국 함정을 극복했다. 정부가 할 수 없는 민주화 활동 등에 시민사회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세안에 대한 우리 국민 인식 수준이 아진 낮다. 신남방정책 추진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아세안 방문자 비자제도 개선, 한‧메콩 정항회의 개최, 아세안대표부 기능 확충 및 아세안 협력 관련 기금 확대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