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역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女 피해자면 신고반려, 男 피해자면 강력처벌”

2018-05-20 00:00
여성 1만2000여 명 참가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2번 출구 인근에서 공정한 수사와 몰카 촬영과 유출, 유통에 대한 해결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9일 서울 혜화역 인근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서 여성들 12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홍익대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가 진행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날 포털사이트 다음 '불법촬영 성 편파수사 규탄시위' 카페를 통해 모인 여성 1만2000여 명(경찰 추산 1만 명)은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를 열었다.

혜화역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은 “여자가 피해자면 신고반려·집행유예, 남자가 피해자면 적극수사·강력처벌”이라며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라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시위는 '여성'이라는 단일 의제로 국내에서 열린 사상 최대 규모 집회로 전해졌다. 최근 여성 집회 참가자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올 3월 열린 미투 집회는 2000명(경찰 추산 1500명), 강남역 살인사건 관련 집회는 2500명(경찰 추산 1000명)에 그쳤다.

이 날 시위에선 혜화역 2번 출구 앞 '좋은 공연 안내센터'부터 방송통신대학까지 200m가량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행렬이 이어지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경찰은 애초 시위 참가자를 500명으로 예상했지만 시위 당일 참가자들이 대거 몰리자 집회를 관리하는 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위 장소도 처음에는 인도로 한정됐지만 시작 시각인 오후 3시쯤 이미 2000명이 몰려 버스전용차선을 통제해 시위 장소를 넓혔고 30분 후에는 버스전용차선 옆 차선까지 통제구간을 늘려야 했다.

이후에도 참가자가 증가해 혜화역 2번 출구 일대가 마비되자 경찰은 오후 4시쯤 이화사거리에서 혜화동로터리 방향 4차선을 전면 통제했다.

발언대에 선 운영진은 “불법촬영을 비롯한 성범죄에 대한 경찰, 검찰 그리고 사법부의 경각심 재고 및 편파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회 전반에 성별을 이유로 자행되는 차별취급 규탄을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빨간 옷을 입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다. 이들은 “남자만 국민이냐 여자도 국민이다", "동일범죄 저질러도 남자만 무죄판결", "워마드는 압수수색, 소라넷은 17년 방관"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동일범죄·동일처벌'이란 문구가 적힌 막대풍선을 흔들거나 '못한 게 아니라 안 했던 거네', '또 몰카찍나' '편파수사 부당하다'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발언대에 올라온 한 참가자는 그동안 남성 몰카 범죄자들에게 선처가 이어졌다며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남성 성범죄자들을 줄줄이 읽어 내려갔다.

그는 “노출이 심한 여성을 몰카 찍는 것은 처벌 대상도 아니다”라며 “여성을 상습 성추행하고 몰카 찍은 20대 집행유예, 소개팅녀 알몸을 친구에게 유포한 의사도 집행유예”라고 소리쳤다. 그때마다 참가자들은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고 흔들며 야유했다.

이들은 경찰 캐릭터인 '포돌이' 형상을 한 박을 깨뜨렸다. 대형 현수막에 그려진 '법전'에 물감을 던지는 퍼포먼스도 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대다수 질서를 지켰지만 시위가 가열되면서 곳곳에서는 마찰이 빚어졌다.

이들은 시위 중간 자신들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는 남성이 보일 때마다 손가락으로 당사자를 가리키며 “찍지마, 찍지마”라고 외쳤다.

시위 도중 운영진이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서 집회를 생중계하고 있고, 염산 테러를 계획한다는 글이 올라왔다”는 소식을 전하자 함께 고함을 치며 분개했다.

시위 시작 전에는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남성이 참가자들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려다 물세례를 맞았다. 이 남성은 경찰에 의해 시위 장소 밖으로 끌려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