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먹잇감 앞에 무뎌진 ‘우즈의 발톱’
2018-05-14 10:57
‘골프 황제’의 전성기 시절, 우승이 눈앞에 보이면 사냥감을 덥석 물듯 달려들던 타이거 우즈(미국)의 맹렬한 기세는 다시 볼 수 없는 것일까. 뒷심 부족이 드러난 ‘호랑이의 발톱’은 확실히 무뎌졌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 대회가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파72)의 17번 홀(파3)은 악명 높은 ‘명물’로 유명하다. 그린이 호수 한가운데 섬처럼 자리 잡은 ‘아일랜드 홀’로 그린 앞부분에 꽂힌 핀을 직접 공략하다간 공을 물에 빠뜨리기 십상이다.
우즈도 악명의 ‘17번 홀’을 피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우승 경쟁에선 멀어졌고, 톱10 진입도 무산됐다. ‘퐁당’하고 빠진 한 번의 실수가 부른 참사였다.
이번 대회에서 우즈의 기세는 매서웠다. 1~2라운드에서 1타를 줄여 겨우 컷 통과한 뒤 3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보기 1개로 7언더파 65타를 쳐 공동 9위로 점프했다. 단독 선두 웹 심슨(미국)과 격차는 컸지만, 마지막 날 대역전 드라마를 꿈꿀 수 있는 페이스였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우즈의 샷은 뜨거웠다. 3~5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낚은 뒤 9번 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해 전반에만 4타를 줄였다. 후반 11~12번 홀에서도 2연속 버디로 6타를 줄여 공동 2위까지 올라섰다. 11타 차였던 심슨과 격차도 4타로 줄어 대역전극까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우즈는 이날 통한의 17번 홀 상황에 대해 “티샷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다가 불행히도 내 얼굴 쪽으로 바뀌었다”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우즈는 “대회 첫 이틀은 잘 풀리지 않았지만, 주말엔 상황이 바뀌었다”면서 “요즘은 내가 경기하는 감각을 찾고 대회에 나선다는 느낌이 든다. 우승도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대회를 끝냈다.
재기조차 힘겨울 것으로 내다봤던 우즈의 부활은 반갑다. 다만 팬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에는 여전히 2% 부족하다. 우즈의 역사적인 80번째 우승은 맹수가 먹잇감을 낚아채듯 날카로운 발톱을 세워야 손에 쥘 수 있다.
이 대회 우승은 리더보드 최상단을 지키던 심슨이 마지막 날 1타를 잃고도 18언더파 270타로 2위와 4타 차를 유지하며 차지했다. 2013년 10월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이후 4년 7개월 만에 통산 5승을 수확한 심슨은 우승상금 198만 달러(약 21억원)를 챙겼다.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가 12언더파 공동 7위로 끝냈고, 마지막 날 2타를 줄인 안병훈은 8언더파 공동 30위에 올랐다. 디펜딩 챔피언 김시우는 최종일에도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3언더파 공동 63위로 대회를 마감해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