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선의 워라밸 워치] 유통 기업 ‘임신·출산’ 지원, 어디까지 될까요

2018-05-14 06:14
출산 후 최대 2년까지 ‘자동 육아휴직’…출산 인지부터 2시간 단축 근무
예비맘 전용 ‘택시카드’ 지급, 가사도우미 비용도 회사가 절반 지원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3층에 마련된 임신부 전용 공간인 ‘맘스라운지’에서 예비맘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롯데 블로그]



유통업계는 전체 임직원 중 여성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데요. 이마트만 해도 전체 임직원 중 여성이 65%가 넘는다고 합니다. 

최근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중요한 화두로 제기되면서 주요 유통기업들은 전체의 다수를 차지하는 여직원을 위한 배려 정책을 속속 선보이고 있는데요.

특히 임신·출산 여직원의 워라밸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사회문제인 저출산 해소에 이바지할 수 있고, 사내 ‘워킹맘’의 부담도 줄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판단이죠.

전체 임직원 중 여성 비율이 55%가 넘는 롯데쇼핑(롯데백화점·마트·슈퍼 등 운영사)은 일찍부터 출산과 육아로 고민인 여성 근무여건 향상을 위해 제도를 정비해 왔는데요.

국내 대기업 최초로 2012년부터 시행한 ‘자동육아 휴직제’가 대표적입니다. 출산 후 별도의 신청 없이도 최대 2년까지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데요. 상사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게 내부 평가입니다. 

단축근로도 일찌감치 시행했습니다. 현행법상 임산부는 임신 12주 이전, 또는 36주 이상일 때 단축근로가 가능한데요. 롯데백화점은 임신을 인지한 시점부터 전 기간 급여 삭감 없이 하루 2시간 이상 단축 근무를 허용했습니다. 명칭부터 ‘통큰 임산부 단축근로 지원제’입니다.

둘째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 중인 롯데쇼핑의 김모 대리(39)는 “한 번 유산을 했었는데 단축근무제 덕에 업무 부담 없이 첫째를 낳고 둘째도 출산할 수 있어 자연스레 저출산 해소에 이바지한 셈”이라고 합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8월 업계 최초로 도입한 ‘반반차 휴가제’에 대한 호응이 특히 큽니다. 반반차는 기존 반차를 한 번 더 쪼갠 것인데요. 개인적 용무로 2시간 일찍 퇴근해야 할 때 1일 연차를 자유롭게 4번 쪼개 쓸 수 있어, 자녀를 두거나 임신 중인 여직원들의 사용 빈도가 높다고 하네요.

특히 현대백화점그룹은 임산부 직원 전원에게 ‘예비맘 택시카드’를 업계 최초로 지급, 월 10만원 한도 내에서 택시를 자유롭게 이용토록 하고 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임신부라면 대중교통의 불편함을 잘 알 텐데요, 만삭이 가까워져 올 때쯤 출퇴근 시 매우 유용하다고 하네요.

현대백화점은 롯데쇼핑처럼 ‘임신 전(全) 기간 단축 근무제’와 ‘자동 육아휴직제’ 등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여직원에게 가사 도우미 비용의 절반을 회사가 지원하는 ‘워킹맘 해피아워 제도’ 또한 인기입니다.

신세계그룹사 중 특히 여직원 비율이 높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기본 출산휴가·육아휴직 외에도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 ‘1개월 휴직 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직장어린이집도 운영해, 엄마와 같이 출퇴근하는 자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하네요.

신세계의 한 계열사 여직원은 “4~5년 전만 해도 임신출산 후 직장을 관둬야 하는 고민을 여직원들이 많이 했는데, 이제는 워라밸 문화 확산으로 경단녀(경력단절 여성)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