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침대' 최초 발견자 "기준치 20배 초과…기계 고장으로 오인"

2018-05-09 18:47
얼굴 맞대는 침대라 불안 가중…"11일 조금이나마 좋은 결과 나오기를"

[사진제공=아이클릭아트]


#. 평소 아기 건강을 위해 집안 공기 질에 신경 써온 A씨는 최근 휴대용 라돈 간이 측정기로 집 안 곳곳을 점검하던 도중 경악을 금치 못했다.  6년간 사용해온 침대 위에 측정기를 둔 순간, 라돈 최대치를 알리는 경고음이 울렸기 때문이다.

최근 한 가정용 침대에서 폐암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 라돈이 기준치보다 무려 20배가량 높게 측정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라돈 침대'를 처음 발견한 A씨는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방송을 통해 "측정기를 침대 위에 놨을 때 최대치가 나왔다"며 "처음엔 기계가 고장 난 것으로 오인했다"고 말했다.

라돈은 무색무취의 특성을 지닌 자연 방사성 물질로, 토양, 건축자재 등 주변에서 쉽게 발견된다. 반감기가 있다 보니, 조금만 떨어져 있어도 위험성은 크게 감소한다.

문제는 라돈이 발견된 장소가 침대라는 점이다. 침대는 기본적으로 사람과 맞닿는 것은 물론 얼굴을 대며 호흡하는 경우가 많다. A씨는 "침대를 통해 라돈이 모두 폐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며 "특히 저희 아기가 미숙아로 태어나 폐포 형성이 보통 아이들보다도 덜돼 있다. 너무 참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결국, A씨가 의뢰한 검사기관을 통해 라돈 침대에서 최종으로 나온 라돈 수치는 약 2000베크렐(Bq/㎥) 수준. 세계보건기구(WHO)는 라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내 라돈 농도를 1㎥당 100베크렐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즉 A 씨 침대에서는 기존 권고치의 20배에 달하는 라돈이 검출된 셈이다.

이종만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 역시 이번 침대의 문제점으로 라돈의 장시간 노출을 지적했다. 그는 "방사능으로 인한 위해는 체크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장 가까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침대에 방사성 물질이 있다는 것은 어떠한 형태로든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은 이번 건은 굉장히 위험한 경우다. 공기 중으로 나온 라돈이 호흡하는 사람의 내부를 피폭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제품에는 음이온 분출을 위해 희토류가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같은 광물류에는 천연방사능 동위원소가 포함된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침대회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처음에 회사 측은 정부 허가제품이라며 오히려 라돈이 뭔지 모른다는 황당한 반응을 내놨지만, 현재는 4개의 모델에 한해 리콜 신청을 받고 조사에 임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상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해당 업체에 현장조사팀을 보내는 등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결과는 오는 11일 발표될 예정이다.

A씨는 "아직도 라돈 침대를 생각하면 심장이 떨린다. 모두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며 "원안위의 최종발표에서 조금이나마 희망이 있는 소식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