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디지털] 마카롱 신드롬, 아시나요?
2018-05-10 00:00
캐릭터 마카롱부터 인절미맛까지
마카롱 인기에 전문점도 우후죽순
마카롱 인기에 전문점도 우후죽순
가히 '마카롱(macaron)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인스타그램에서 '#마카롱'만 검색해도 게시물이 152만6000개가 뜬다. 마카롱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일종의 설탕과자(糖菓)다. 원래는 이탈리아 가톨릭 수도원에서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달걀 흰자에 설탕과 향료를 넣어 거품을 내서 구운 머랭(meringue)을 주재료로 한다. 백설탕과 아몬드 가루를 넣은 과자로 동그란 모양에 손에 쏙 들어오는 귀여운 크기다. 아래 위로는 딱딱한 껍질이 감싸고 있고 중간엔 머랭이나 잼, 마지팬(marzipan, 아몬드와 설탕을 섞은 것), 크림이 들어가 부드럽다.
디저트의 나라라고 불리는 프랑스에서도 '국가대표'라 할 만한 디저트가 마카롱이다. 크렘 당주, 피낭시, 팔렛, 몽블랑 등 그 나라의 많은 디저트들이, 마카롱 앞에선 꼬리를 내린다는 얘기다. 개당 가격이 4000원이 넘기도 하는 고가 디저트 마카롱. 이 친구는 왜 인기가 높은 걸까.
3, 4년 전만 해도 마카롱은 대량 생산 제품이었다. 매끈한 표면의 머랭 크러스트(달걀 흰자+ 설탕 과자) 사이에 버터크림 등 필링(filling, 음식의 소)이 들어간 단순한 디저트였다. 최근 SNS에 음식 사진을 일상적으로 올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마카롱은 '세상 귀요미'가 됐다. 한눈에 눈길을 사로잡는 색감과 '귀엽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동물이나 만화 캐릭터를 넣은 앙증맞은 마카롱이 등장했다. 전국에 수제 전문점이 우후죽순이다.
모양만 예쁜 건 아니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 식감은 쫀득. 마카롱은 달달함의 대명사이지만 최근 단맛을 좋아하지 않은 소비자를 위해 커피 한잔과 즐길 수 있는 '덜 단' 제품도 나와 있다. 초코, 딸기, 녹차와 같은 전통적인 맛에서 벗어나 치즈케이크맛, 청포도 요거트맛, 체리블로섬맛, 그리고 인절미맛까지 스스로 진화를 하고 있기도 하다.
아몬드 가루, 설탕, 달걀 흰자만을 이용해 만들어지는 마카롱의 재료는 간단하지만 조리법은 아주 까다롭다. 머랭의 농도는 물론 주변의 온도, 습도 등에 따라서도 마카롱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 대량 생산이 어렵다. 이런 탓에 인기 많은 수제 전문점은 만들어진 마카롱이 모두 팔리면 영업을 종료하며, 요일을 정해 주문을 따로 받고 있을 정도다.
음식이 입맛을 넘어 눈맛과 SNS맛까지 만들어내는 시대가 됐다. 마카롱을 즐기며 프랑스의 달달한 감성을 느껴보는 것은, 디지털 시대가 만들어내는 소소한 취향의 하나일 것이다. 1558년 작가 프랑수아 라블레는 마카롱이란 말을 처음 쓰면서 '작고 동그란 아몬드 페이스트리(작은 빵)'이라 불렀다. 그 형상과 질료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눈길이 느껴진다. 이탈리아 귀족 여인 카트린 드메디시스가 프랑스의 왕 앙리2세와 결혼할 때, 이 과자는 프랑스로 건너왔다고 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사랑의 달달함이 배어있는 과자인 셈이다. 이제 한국으로 건너와 이 땅의 청춘들에게 디지털 문명 속에서 사랑의 감미를 전파하고 있으니, 마카롱 넌 참 조그맣지만 마당발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