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 체크] "한국 휴대폰 데이터 요금이 세계 2위?"...진실과 오해

2018-05-08 19:01
조사방식과 조사대상 요금제 따라 결과 '천차만별'
한국, 요금 낮을 수록 1GB당 데이터료 상대적으로 높아
핀란드, 1000분이상 음성통화 제공시 데이터 무제한

한국의 스마트폰 데이터 요금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싸다는 해외 컨설팅 업체의 조사 결과가 나오자 국내 이동통신업계가 발끈했다.

핀란드 모바일 컨설팅업체 리휠의 6일(현지시간) 발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 41개 국가의 스마트폰 요금제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LTE 데이터 1GB당 요금이 13.9유로(한화 1만7900원)로, 조사 대상 중 두 번째로 높다. 30유로(한화 3만8600원)로 한국에서 쓸 수 있는 데이터양은 1GB로, 적은 순서로 세 번째였다.

이에 대해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우리나라 요금제가 주요 국가 대비 비싼 편이 아니라며 반발했다. 정부 주도 통신비 인하 논의기구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이하 협의회)’에서 코리아인덱스 방식을 적용, 미국과 일본, 독일, 프랑스 등 11개 국가와 비교한 결과 저렴한 순위로 6~7위를 기록했다. 코리아인덱스 방식은 적절한 통신비 비교를 위해 학계와 연구계, 이동통신사가 합의해 마련한 기준이다.
 

데이터 제공량별 해외 요금 대비 국내 요금 수준[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리휠과 국내 이동통신사 간 상반된 주장은 조사 방식과 조사 대상 요금제의 차이에 기인한다.

먼저 리휠은 이번 조사에서 국내에 출시된 요금제를 전부 나열에서 데이터당 월정액 중앙값을 찾는 방식을 적용했다. 중앙값은 전체 수치 중에서 가장 가운데에 위치한 수를 말한다. 이를 적용하면 국가별 요금제 수와 금액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예를 들어 데이터당 요금은 낮지만 요금제 자체의 가격이 높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2개만 포함시켜도 통신비가 저렴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리휠 디지털퓨얼모니터의 국내 데이터 요금 산정근거. 6번째, 7번째로 높은 요금제의 데이터당 요금(15.4유로, 11.4유로)을 산술평균해 13.4유로를 산출. [자료=KTOA]


또한 리휠은 1000분 이상의 음성통화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반면 협의회 코리아인덱스 분석에서는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만을 대상으로 비교했다.

국내에서는 음성통화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데이터 중심요금제는 가격별로 데이터 요금제가 천차만별이다. 가장 낮은 요금제는 3만2890원에 데이터 300MB를 제공하지만, 6만원대 요금제는 요금제부터는 월 11GB에 소진 시 일 2GB를 추가로 제공한다. 3~4만원대 저가 요금제를 포함하면 데이터당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실제로 월 5만4890원에 데이터 6GB를 제공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1GB당 가격이 약 9000원(7유로)지만, 월 6만5890원에 데이터 ‘월 11GB+일 2GB’을 제공하는 요금제는 1GB당 약 915원(1유로)로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국내에서는 요금제 구간 별로 데이터당 가격이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핀란드는 1000분 이상 음성통화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대부분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있어 1GB당 가격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외에도 한국에서 보편화 추세인 선택약정 요금할인 등을 반영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국내 요금이 높게 나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리휠의 조사는 국제 비교에 적절하지 않은 점이 있다”라며 “음성통화 1000분 이상을 제공하는 요금제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중앙값 비교 방식 등은 특정 국가에서 데이터 비용이 매우 낮은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