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두테르테의 거침없는 친중 행보 “중국은 믿음직스럽고, 미국은 쓸모없어”

2018-05-09 07:48
2016년 소총 판매 거부한 미국엔 반감…중국·러시아 관계 강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미국과 거리를 두며 중국과 밀월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중국은 믿음직스러운 든든한 친구”라고 치켜세우며 거침없는 친중 행보를 이어갔다.

6일(현지시간) 필리핀 일간지 마닐라 불러틴(Manila Bulletin)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필리핀 다바오시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매우 믿음직스럽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단 한 번도 보답을 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반면 미국은 (우리에게) 아무런 쓸모도 없다”며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겁쟁이”라고 비난했다. 필리핀 현지 언론들은 두테르테의 이런 발언과 관련, 지난 2016년 11월 필리핀 경찰이 구입하려던 2만6000정의 소총 판매를 거부한 미국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그는 “미국 정부에 대한 존경심을 잃었다”면서 “미국이 안 팔면,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무기를) 사면 된다”고 말했다. 이듬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5억 달러(약 5392억원)어치 무기를 구매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우리가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아무런 조건 없이 묵묵히 도와줄 것"이라며 "내가 두 국가와 긴밀한 교류를 이어가는 이유”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미국이 우리를 도와준다고 나선다면 그 의도가 불순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취임 후 필리핀의 전통적 동맹국인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중국, 러시아,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새로운 외교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7~11일 중국 하이난(海南)성 보아오(博鰲)에서 개최된 ‘보아오 포럼’에 참석하기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나는 시진핑을 너무 사랑하고 중국에 감사를 표시하고 싶다”라며 '탈미·친중' 성향을 재차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