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브레이크 역할 위해 독립성 갖추겠다"
2018-05-08 19:00
"행정 마무리 수단 돼서는 곤란" 금융위와 새 관계 정립 전망
과거 지나친 정부 개입 지적...금리·수수료 관련 기대감도 커
과거 지나친 정부 개입 지적...금리·수수료 관련 기대감도 커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윤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금융감독이 단지 행정의 마무리 수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사진=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감독당국에게 주어진 임무는 '금융감독원(金融監督院)'이라는 이름 그대로 금융(金融)을 감독(監督)하는 것이다."
윤석헌 금융감원장은 8일 열린 취임사에서 이같이 말하며 금감원의 독립성 제고를 거듭 강조했다. 독립성을 갖춰야만 금감원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금융감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립성 유지가 필요하다"며 "금융감독이 단지 행정의 마무리 수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감원이 고공행진하는 가계부채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지 않아 가계부채 문제가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금감원이 브레이크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앞서 이번 정부 들어서 왔던 두 금감원장도 취임식에서 금감원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초심'과 '영(令)'을 언급하면서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던 전(前) 원장들과 달리, 그는 '독립성'부터 언급하며 현 시스템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독립성' 없이는 '신뢰'도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당분간 '금융감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은 금감원장이 혼자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발등에 떨어진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태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삼성 이슈 해결도 시급한 상태다. 급물살을 타고 있는 금융그룹통합감독, 금융회사지배구조 등 금융개혁 현안에서도 금감원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윤 원장은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감독이 감독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는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주어진 틀 안에서 독립적인 금융감독을 할 수 있는 방안부터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삼성 이슈에 대한 금감원의 대응을 통해 향후 금융감독의 강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위반 결정이 확정되면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선다는 방침인 만큼 향후 해당 사안의 추이를 통해 윤 원장의 스탠스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대감도 크다. 윤 원장은 은행, 카드, 보험사 등 금융권 전반의 사외이사를 맡으며 기업 경영 전반에 폭넓은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15년 한 기고문을 통해 정부와 정치권이 카드 수수료 등 금융회사 수수료와 배당 등에 개입하는 식의 간섭과 규제는 금융회사 경쟁력을 약화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2016년 발간한 '비정상 경제회담'에서도 '금융시장에 금리와 수수료 결정권을 돌려주고 유효경쟁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게 오히려 정부의 책임이라고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