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커져도 돈 몰리는 베트남펀드 괜찮나
2018-05-03 18:38
베트남펀드 수익률이 곤두박질쳐도 투자자는 꾸준히 뭉칫돈을 넣고 있다. '가상화폐 사기' 같은 일시적인 악재로 주식시장이 흔들렸지만, 장기적인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보는 것이다.
3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5개 베트남펀드는 전날까지 1개월 만에 9.46%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해외주식형펀드 평균(-1.29%)에 비해서도 훨씬 큰 손실이다.
상품별로는 설정액이 가장 많은 한국투신운용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가 10.01% 손실을 기록했다. 유리자산운용 '유리베트남알파'(-8.26%)와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베트남'(-8.58%)도 부진했다.
수익률이 나빠졌지만 베트남펀드로 들어온 돈은 최근 한 달 동안 1000억원을 넘었다. 연초부터 보면 6100억원 가까이 유입됐다. 벌써 2017년 한 해 동안 들어온 자금(4154억원)을 넘어섰다.
베트남 VN지수는 2017년만 해도 48%가량 상승했다. 현지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와 외국인직접투자(FDI) 확대에 나선 덕분이다.
하지만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다. 양우석 한화자산운용 글로벌에쿼티사업본부 부장은 "VN지수는 올해 고점(4월 9일)도 연초보다 20% 이상 높았다"라며 "쉬지 않고 오르는 바람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한 악재도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여기에 얼마 전 베트남 호찌민에서 7000억원대 가상화폐 사기 사건까지 터졌다. VN지수는 이런 여파로 한 달 만에 12% 넘게 떨어졌다.
베트남에는 가상화폐로 얻은 이익으로 주식을 사는 개인 투자자가 많았다. 결국 사기로 손실을 입은 개인 투자자가 한꺼번에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베트남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 비중은 80%에 달한다.
베트남 경제와 증시 전망은 여전히 좋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6.6%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7.3%에 달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증시 변동성이 차익실현으로 커졌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기업 실적에 주목해야 한다"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심리는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우석 부장은 "중국에 이어 베트남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올랐고, 경제력이 커진 젊은 층이 소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라며 "탄탄한 경제성장을 감안하면 베트남 증시가 과거처럼 폭등·폭락을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베트남 같은 신흥국 증시에 일시적으로 부담을 줄 수 있다"라며 "다른 아시아 신흥국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