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UP]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궤양성대장염약 美서 임상1상 시작

2018-05-02 03:00
창업 3년된 개발중심 바이오벤처…연내 임상 마무리
인체안전성과 약효확인 단계…기술특례상장 도전

[사진=브릿지바이오 제공]


이정규 대표이사(49·사진)가 세운 브릿지바이오가 미국에서 순조로운 임상시험을 벌이고 있다. 국내 최초로 ‘개발전문 바이오벤처(NRDO)’라는 사업모델을 선보이며 창업한 뒤 3년도 안 돼 거둔 성과다. 이에 힘입어 증시 상장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의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후보물질 ‘BBT-401’는 현재 미국 현지에서 임상시험이 한창이다.

BBT-401는 지난 2월 말 현지 임상시험 시행 요건을 확보했다. 지난 1월 2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BBT-401의 임상시험계획서(IND)에 대해 FDA가 별도 보완 요청을 하지 않아서다. 미국 IND는 별다른 승인 절차가 없다. 서류 제출 후 30일간 임상 중단이나 추가자료 요구 같은 조치가 없으면 바로 1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심사 기간이 지난 뒤 임상시험에 참가할 대상자를 모집에 들어갔다. 이어 지난 3월부터 첫 번째 환자군을 대상으로 임상에 돌입했다. 이번 임상은 저용량부터 고용량까지 단계적으로 용량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회사는 연내 모든 임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성과는 창업한지 3년도 채 안 된 신생 바이오업체가 이뤄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LG화학(옛 LG생명과학) 연구원 출신이자 크리스탈지노믹스 창립 멤버인 이정규 대표가 2015년 9월 세운 업체다.

새로운 바이오 사업모델이 지닌 경쟁력도 보여줬다. 브릿지바이오는 기초연구는 하지 않고 상업화를 위한 임상시험과 기술이전을 비롯한 개발 단계에만 집중하는 개발중심 바이오벤처(No Research Development Only·NRDO)다. 국내 바이오업계 첫 NRDO이기도 하다.

NRDO는 신약 후보물질을 자체 발굴하지 않고 외부 연구소나 대학 등에서 들여와 개발 설계에만 집중한다. 임상시험도 외부에 맡긴다. 이를 통해 신약 가능성을 확인하면 글로벌 제약사 등에 기술이전을 해 수익을 낸다. 바이오 선진국인 미국에선 이미 성공한 사업 방식이다. 성공 여부를 가늠하기 힘든 연구 단계의 불확실성은 줄고, 투자금과 시간은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다. 미국 바이오기업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NRDO 방식으로 운영된다.

브릿지바이오가 임상시험 중인 BBT-401 역시 외부기관에서 들여온 것이다. BBT-401는 한국화학연구원 신약개발 기초연계후보물질발굴사업단과 박석희 성균관대 교수팀이 함께 발굴한 만성염증성 면역질환 치료물질이다.

이정규 대표는 임상 허가 당시 “우리나라 연구진이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인체 안전성과 약효를 확인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미국 임상까지 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회사는 주식 시장 상장이라는 다음 단계를 밟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미국 임상이 시작된 지난 3월 기술성 평가 작업에 들어갔다.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2015년 도입된 기술특례상장은 유망한 기술이 있으면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외부 평가기관 2곳에서 일정 수준의 기술 등급을 받으면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자격이 생긴다. 기술성 평가가 상장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