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혜 기자의 짠내 생존기] 가깝고도 먼 '부자'
2018-04-27 15:22
매일 ‘카더라’로 부자들을 접하나 이보다 모호한 대상도 없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를 만나라’는 말이 있듯 나의 ‘부자 롤 모델’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수소문했다. 하지만 마땅한 인물을 찾을 수 없었다. 한국 최고 부자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라는 사실은 다들 알았지만 미혼의 30대 여성이 따를만한 ‘부자’를 콕 집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부자를 판단하는 잣대는 엇비슷했다. 주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부자 판단 기준은 이렇다. “어디 사냐?”고 물으면 대충 집안 사정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 브랜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면 “금수저 혹은 은수저”이거나 “최소한 흙수저는 아니다”는 것이다. 직장, 소득, 학벌보다는 거주지가 더 많은 것을 의미한단다.
틀린 말이 아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2017 한국 부자 보고서’를 보면 한국 부자의 44.2%인 10만7000명은 서울에 모여 산다. 특히 서울 강남 3구에만 3만9000명이 산다. 서울 전체 부자 수의 36.1%이다.
더군다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부자’라는 단어는 사라진지 오래다. 그 자리를 ‘금수저’가 대신하고 있다. 변화의 원인은 기사를 통해서 짐작할 수 있다. 국세청이 최근 조사에 나선 10대 ‘금수저’들은 소득이 없는데도 고액의 현금을 가지고 있거나 고가의 아파트를 샀다.
잡플래닛이 직장인 7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이 생각하는 부자 기준은 40억원이지만 본인이 평생 모을 수 있는 재산은 평균 8억이라고 답했다. 부자가 되려면 4번은 더 죽었다 살아나야 한다.
친구의 조언이 머리를 스쳤다. "평생 아등바등 돈벌어봤자 부자되긴 글렀어. 눈앞의 행복이나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