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에 휘둘리는 주식회사 코리아
2018-04-25 18:40
'주식회사 코리아'가 또다시 외국계 자본에 휘둘리고 있다.
이번에도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이 문제다. 타깃을 삼성그룹에서 현대차그룹으로 바꾸었을 뿐 명분은 똑같이 주주가치 제고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라는 평가가 많다. 주주라는 탈을 쓴 '먹튀'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현실 무시한 요구 수용 어려워
엘리엇이 목적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얼마 전 현대차그룹 측에 보낸 제안서에서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과 지주 전환,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이 가진 현대차그룹 상장사 주식은 10억 달러어치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분율은 각각 1.5% 안팎"이라며 "가진 주식이 적어 요구를 관철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액)을 50%까지 늘리라는 요구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며 "투자할 곳이 산적한 현대차 입장에서는 잉여금을 유보하는 편이 낫다"라고 전했다.
외국에서도 비현실적인 제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블룸버그는 "엘리엇이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채 무리한 요구를 했다"고 꼬집었다. 엘리엇이 미국에서 큰 목소리를 내왔지만, 한국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엘리엇이 주주환원정책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다. 이미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났다. 현대차 주가는 이날까지 이틀 만에 15만9500원에서 16만4000원으로 3% 가까이 올랐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주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외국계 자본 연대 가능성은 주목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엘리엇을 중심으로 외국인 주주가 힘을 모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더캐피털그룹은 이달 10일 현대차 지분을 7.33%에서 7.40%로 0.07%포인트 높였다.
진짜 속셈이 따로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대차가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작고, 엘리엇도 거절을 예상했을 것"이라며 "배당 확대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이익을 얻으려고 잽을 날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엘리엇이 실제로 얻으려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려면 현대차 지분율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라며 "하지만 정보는 끝까지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본 유출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시민단체인 약탈경제반대행동 관계자는 "엘리엇이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과 순이익 기준 50% 배당을 요구한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배구조 개편은 편법적인 총수 일가 지배를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엘리엇 같은 외국자본에 휘둘려 배당잔치를 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50% 배당은 기업가치를 명백히 훼손한다는 것이다.
투자 수익에만 관심을 두는 주주가 회사를 키우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도 따져야 한다. 약탈경제반대행동 측은 "엘리엇을 위한 주주 보상은 자본유출에 불과하다"라며 "과도한 주주 보상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엘리엇은 이미 삼성그룹과 악연을 맺으면서 우리나라에 알려졌다. 엘리엇은 2015년 5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주주총회 소집통지와 결의 금지, 자사주 처분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면서 합병 절차에 번번이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법원은 최종적으로 삼성그룹 편을 들어줬고, 엘리엇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