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중단 선언…국제사회에 낙관론·신중론 교차

2018-04-22 13:27
美 트럼프 "모두를 위한 진전"…日 아베 "긍정적인 움직임"
NYT "관건은 北 핵무기 포기 여부…제재 완화를 위한 속임수 우려도"
블룸버그 "北 핵 버리고 경제로 기어 바꿔…국제사회 제재 해제 바라는듯"
중국 환구시보 "北 전향적 결정에 美 실질적 행동 나서야"
"한미군사훈련 중단, 유엔 外 나머지 독자적 제재 철회해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20일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고 2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21일 핵·경제 병진노선을 접고 핵실험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 미국, 일본,  중국 등 주변국들은 일제히 환영의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확한 속내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계의 시선도 존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발표를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북한이 핵실험을 모두 중단하고 주요 핵실험 부지를 폐쇄하는 데 합의했다"면서 "북한과 전 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 모두를 위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환영했다.

이 같은 반응은 5월 말~6월 초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평화체제와 관련해 큰 틀의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기존 '핵·경제 병진 노선'에서 벗어나 경제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북핵 해법의 긍정적 신호를 내보였다는 평가와 동시에, 핵무기 포기는 시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회의론도 나온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관건은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할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체제 보장 및 경제개발 유인책을 내세워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논리다. NYT는 "일부 전문가들은 제재 완화를 위해 '핵 프로그램 일시동결'이라는 속임수를 쓰는 것이라고 주장한다"고도 전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과연 김정은 정권이 핵프로그램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겠느냐는 부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강하다"면서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블룸버그통신은 '김정은이 핵을 버리고 경제로 기어를 바꾸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발표에는 국제적으로 우호적 환경을 만들어 경제발전을 추구하고자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해석했다.  통신은 "특히 무역제재를 포함해 재정금융과 에너지 부문의 제재도 해제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본도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북한의 의도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도쿄 도내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단 "긍정적인 움직임"이라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의구심을 숨기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중요한 것은 이 움직임이 핵과 대량 살상 무기, 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라며 “이를 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들도 북한이 적극적인 대화 가능성을 보인 것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발표 내용에 구체적인 비핵화 언급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에서 "비핵화를 향한 대화를 개시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것은 진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비핵화로 이어질지에 대한 보증이 없으니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향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도 "비핵화에 대한 의사 표명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을 약하게 해 정상회담을 성공시키려는 전략"이라고 경계하는 사설을 실었다.

중국은 북한의 발표에 대해 환영의 뜻을 전하고, 동시에 미국도 상응하는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22일 인민일보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고 경제 발전에 매진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루 대변인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유지는 해당 지역의 공통 이익과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합한다"며 "북한이 경제 발전을 통해 인민들의 생활 수준을 높일 수 있기를 기원하며 중국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전향적인 결정을 한 만큼 미국도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관영 환구시보는 21일 사평에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거나 규모를 대폭 줄이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유엔 제재를 제외한 미국과 한국, 일본의 단독 제재도 신속하게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면 제재를 중단하겠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해야 한다"며 "서구도 북한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격을 멈추고 비핵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샤오허(成曉河)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는 "북한이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비핵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북한은 한국 및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논의하기 위해 비핵화의 세부 사항은 남겨둘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