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고흥군 토박이인 박일수(63)씨는 고흥의 자랑으로 천혜의 자연 환경을 꼽았다. 베트남 노동자들과 함께 김 수확에 여념이 없던 박 씨는 기자의 질문에 “옛날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사람이 많이 살진 않는다. 그래도 어업을 하면서 경제적으로는 풍족하다. 저 멀리 보이는 배도 작아 보여도 집 몇 채 값”이라며 웃어 보였다.

원래 고이(高伊)란 이름으로 불렸던 고흥은 고려 충렬왕 때 원나라에 공을 세운 통역관을 이곳에서 배출한 것을 찬양해 ‘지대가 높고 흥륭하는 고을’이란 뜻의 고흥으로 지역명을 변경했다. 이후 고양(高陽)·흥양(興陽)이란 이름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1914년 전국적 행정구역의 통폐합 과정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굳어졌다.

사실 고흥은 전라도 지역 안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시골이다. 그만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고 자연 상태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한 곳이 많아 전라도 여행을 한다면 한 번쯤 고흥에 가볼 만하다.
 
◆자연과 예술의 컬래버레이션 ‘미르마루 길’

미르마루 길은 영남면 남열리 일대 우주발사전망대에서 용바위까지 총 4㎞ 구간으로 ‘용(龍-미르)’과 ‘하늘(天-마루)’을 테마로 조성됐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으며 탐방로 주변에는 고흥군의 랜드마크인 우주발사전망대를 비롯해 용이 승천했다는 용바위와 사자바위에 얽힌 전설, 다랭이 논, 몽돌해변 등 에메랄드빛 바다와 함께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오는 5월 12일 우주발사전망대 인근에서는 ‘자연과 예술의 컬래버레이션’이란 주제로 고흥 미르마루길 걷기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지역의 특색 있는 우수 걷기축제에 선정되기도 했다.

걷기축제는 우주발사전망대에서 출발해 용암마을에 도착하는 1시간 코스로, 걷는 동안 다도해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으며 모든 연령층이 참여할 수 있다.

특색 있는 걷기 프로그램과 함께 드래곤볼 보물찾기, 소원 캘리그라피,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된다.

 
◆육지와 닿은 듯 닿지 않은 ‘우도’

고흥반도의 남양면 중산리에서 서쪽으로 약 1.2km 떨어져 있지만 도선이 운행되지 않을 정도로 육지와 그리 멀지 않은 우도는 소머리 모양의 바위가 있어 소섬 또는 쇠섬이라고 부르다가 지금의 이름이 됐다.

우도는 하루에 두 번 간조 시에 물길이 열리는데 물이 들어오면 12시간 동안 섬이 되고, 물이 빠지면 12시간 동안 육지와 연결된다. 길을 걷다 보면 양 옆으로 넓게 펼쳐진 갯벌이 눈에 들어온다. 진흙 속에 숨은 바지락과 낙지는 그 싱싱함을 봤을 때 갯벌의 영양 상태가 얼마나 풍부한지 짐작 가능하게 한다.

물때는 하루하루 달라지는데 보통 바닷길은 6시간 동안 열린다. 물이 많이 들어오는 사리 때엔 시간이 길어지고, 물이 조금 밀려드는 조금 시에는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시간을 잘 맞춰 가야 우도 전망대 등에서만 볼 수 있는 해안 절경을 즐길 수 있다.
 

◆삼나무·편백나무가 울창한 ‘봉래산’

봉래산은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도(外羅老島)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410m다. 겉으로 보기에는 완만해 보이는 산이지만 섬에 들어있는 산답게 등산하는 묘미가 넘친다. 정상에 올라가면 봉화대가 있고 다도해의 수려한 경관과 인근 화정면 선죽도를 가까이 볼 수 있다.

산 곳곳에 빽빽하게 들어선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은 일제강점기 때 조성됐는데, 일본 나무 숲 특유의 스산함이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이 곳은 1981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수령 100년에 이르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훼손 없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 지저귀는 새 소리와 벌레 소리를 듣다 보면 절로 머리 속이 개운해지는 기분이다.

정상에 서면 팔영산·마복산·천등산 등 고흥반도의 산들과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데 고흥의 시산도·지죽도·거금도·소록도는 물론 멀리 여수의 돌산도와 금오도·안도 등도 한눈에 들어온다. 산자락에는 나로우주센터가 들어서 있다. 등산로 입구에서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올랐다가 삼나무 숲을 거쳐 돌아오는 등산코스의 소요시간은 2~3시간이다.
 
◆소가 누운 모습의 ‘지죽도’

고흥반도 도화면의 최남단 지죽리에 있는 섬이다. 고흥반도에서 남쪽으로 0.6㎞ 해상에 위치하며 동서쪽에는 대염도(大鹽島)·죽도(竹島) 등이 있고, 남서쪽으로 약 7㎞ 해상에 시산도(矢山島)가 있다. 지죽대교(지호대교)를 통해 고흥반도와 연결되며 부속도서인 대염도·죽도·목도 등과 함께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지명은 섬 안에 있는 호수가의 지초(支草)란 풀에서 풀이름 지(支) 자와 호수 호(湖) 자를 따서 지호도라고 부르다가 지호도 옆에 위치한 죽도(竹島)의 머리글자를 따서 지죽도가 됐다고 한다.

섬은 대체로 산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가 누워 있는 형태를 하고 있다. 남쪽은 금강죽봉(203m)에서 뻗은 산줄기 때문에 고도가 높지만, 북쪽은 완경사지를 이룬다. 북쪽 해안에 지죽마을이 있다. 서쪽 해변에 길이 200∼300m 규모의 해수욕장이 있으며, 인근에 암벽이 늘어서 절경을 이룬 금강죽봉이 있다. 바위 모양이 마치 커다란 대나무가 하늘 높이 찌를 듯이 솟아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